“윤석열 대통령을 석방하라.”
19일 오후 1시께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 1500여 명이 서울서부지법 인근 공덕소공원에 모여 구호를 외치며 서울 재동 헌법재판소로 행진했다. 미신고 불법집회에 대해 경찰 기동대는 ‘해산하라’고 수차례 경고 방송을 했지만 이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부정선거나 검증하라’고 외치며 몸싸움을 벌였다.
법원을 점거하는 초유의 불법 폭력사태를 일으킨 윤 대통령 극렬 지지자들의 과격 시위가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조짐이다. 부정선거설 등을 퍼뜨린 일부 언론·유튜버들의 선동과 윤 대통령의 ‘메시지 정치’를 받아들인 2030세대가 속속 시위에 합류하고 있어서다. 전문가들은 이들이 미국의 ‘2021년 국회의사당 점거’ 사태를 일으킨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 지지세력 ‘마가’(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닮아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들은 광화문 태극기 집회를 주도하는 전광훈 목사의 대한민국바로세우기운동본부, 신자유연대 등과 윤 대통령이 주로 시청한다고 알려진 ‘신의 한 수’ ‘이봉규TV’ 등과는 다른 ‘2030 유튜버’로 꼽힌다. ‘신남성연대’ ‘그라운드씨’ 등 유튜브 채널은 2030 남성들에게 “대통령의 부당한 체포를 막아야 한다”고 주장하며 “광장으로 나오라”고 선동해왔다.
이들은 기존 우파 유튜버와 마찬가지로 중국과 북한의 2020년 4·15 총선(21대), 2022년 20대 대통령 선거 개입설, 선관위 부정선거 개입설 등을 신봉한다. 다른 점이 있다면 더 격렬한 직접행동을 촉구하는 경향을 보인다는 것이다.
2030세대 지지자들은 12월 3일 계엄 선포 이후 여의도 탄핵집회에 대한 반대 여론으로 모이기 시작했고, 이 전후로 시작된 방송도 많다. 유튜브를 통해 모인 젊은 지지자들은 2025년판 ‘백골단’을 자처하며 흰 헬멧과 경광봉을 들고 시위에 참가하기도 했다. 그 결과 ‘한남동 관저 농성’을 전후로 2030 남성들이 대거 광장으로 나왔고,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 앞 집회 이후엔 국면을 이끌다시피 했다는 분석이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부 교수는 “기존 극우집회에 참석하는 60대, 70대는 신체적 여건 때문에 과격하게 시위하려고 해도 할 수 없다”며 “젊은 사람이 많아지면 분위기도 쉽게 고조된다”고 설명했다.
폭력 사태는 또 다른 폭력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향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재판과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등에 윤 대통령 찬반 시위대가 더욱 똘똘 뭉치고, 양측의 충돌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한국 사회가 더욱 양쪽으로 극단화해 회복 불능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날 윤 대통령 구속을 반대하는 시위가 자행된 헌재에서는 담을 넘어 경내로 침입한 남성과 안국역 인근에서 쇠 지렛대 등 흉기를 소지한 남성 등 3명이 경찰에 체포됐다. 서울 용산 대통령실과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 탄핵·체포촉구 집회 일부에서도 진입 시도 등 폭력화 양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정희원 기자 toph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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