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하반기 인도네시아 정부는 민간 부문 전반의 법률 인식 등 법률 문화를 발전시키고 회사들의 준법 경영을 강화하기 위한 정책의 일환으로 모든 사기업이 매년 외부 감사 업체로부터 법률 감사를 받도록 하는 대통령령 초안(이하 '대통령령 초안')을 작성했고, 정부 내부 심의 절차 등을 거쳐 공포할 예정이라고 한다. 대통령령 초안이 언제 공포될 것인지에 대해선 아직 정설이 없는 상태다. 이 글에선 대통령령 초안의 주요 내용에 대해 알아보고, 이 초안이 의도하는 입법 목표를 달성하는 데 효율적으로 작동할 수 있을지 살펴본다.
b항목에 대한 평가는 감사받아야 하는 대상 법인 등이 법무부에 등록된 법률감사인(즉, 장관의 평가를 통해 인증을 받은 인도네시아 로펌 등)을 선임해 해당 감사인이 매년 실시하도록 한다. 만일 대상 법인 등이 감사인을 선임하지 않는 등의 이유로 감사받지 않을 경우 장관은 대상 법인에 대한 감사를 수행할 법률감사인을 직권으로 지정하도록 정하고 있다.
법률 감사의 단계는 다음과 같다.
① 법률감사의 목적 및 의미에 대한 파악
② 법률감사 계획 수립
③ 수립된 법률감사 계획에 대한 확인 작업
④ 법률감사 수행을 위해 법률감사인이 필요한 자료 및 정보에 대한 제공 및 수집
⑤ 법률감사인에 의한 자료 및 정보에 대한 검토, 평가 및 분석
⑥ 법률감사인에 의한 법률감사 보고서 작성
⑦ 법률감사 보고서 등 법률감사 결과 제출
피감 대상법인 등은 법률감사인으로부터 법률가사 보고서를 제출 받으면 이 보고서 상에서 지적하거나 권고하는 사항을 시행하는 등 관련 후속 조치를 취해야 한다. 또한 매년 연말까지 장관 및 기타 관련 정부 기관에 법률감사 보고서를 제출해야 할 의무가 있다.
대상법인이 감사에 따른 적절한 후속 조치를 취하지 않거나 감사인이 작성한 법률감사 보고서를 장관에게 제출하지 않을 경우 해당 법인은 대통령령 초안 등이 규정하는 제재를 받게 된다. 다만 대통령령 초안은 의무를 위반한 대상 법인 등에 받게 되는 제재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선 규정하고 있지 않아 내용 파악이 불가능한 상태다.
또 법무부 장관이 수행하기로 하는 평가의 세부 사항과 감사인에 의한 연간 법률 감사 수행 요건 등 세부 사항을 정하는 장관령 등 하위 규정이 발표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규정에 감사 자체를 수행하지 않거나 그 결과를 장관에게 제출하지 않은 대상 법인 등에게 부과할 수 있는 법적 제재 내용도 담길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오래 전 도입돼 널리 시행되고 있는 회계감사 제도상에서도 감사 보고서 제출 과정에서 감사인과 회사 간 상당한 협의가 이뤄지고 이때 불필요한 인력과 비용의 투입이 발생하는 부작용이 종종 발생한다. 그러나 오랜 기간 시행착오를 통해 현재는 그 필요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마찬가지로 법률 감사 제도 역시 시행만 된다면 초기 시행착오는 있겠지만, 긍정적인 방향으로 잘 정착될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1)연간 법률감사 의무를 법률이 아닌 대통령령에서 규정할 수 있는지
연간 법률 감사 의무는 대상 법인 등 사기업에 중대한 법적 의무를 지우고 사업 활동의 자유를 제약한다. 국민의 기본권을 제약하는 사항은 입법부에 의해 제정된 법률에서 정해야 한다는 법치주의의 기본 원리적 관점에서 볼 때 대통령령과 같은 정부 입법에 의할 것이 아니라 별도의 법률에서 정해야 할 사항으로 보인다. 그러나 인도네시아 국회에 의해 통과된 법률이 그리 많지 않은 데다 행정 입법과 국회 입법 간 영역 구분도 뚜렷하지 않은 것이 인도네시아의 입법 현실이다. 법치주의적 관점에서 문제가 있더라도 대통령령의 형식으로 공포될 가능성이 상당한 이유다.
대통령령의 적용을 받는 대상 법인 등이 대통령령이 법치주의를 규정하는 헌법에 위반된다며 위헌심판을 신청한다면 위헌 여부에 대해 사법부의 판단을 받게 될 것이다. 인도네시아 사법부가 어떤 판단을 내릴지 결과를 미리 예측하긴 어렵다.

(2)준법경영 확립에 도움이 될 수 있는지
대통령령이 달성하려는 목표는 인도네시아 민간 기업이 준법 경영을 확립하는 것이다. '준법 경영'은 여러가지 측면에서 살펴봐야 한다. △이사 또는 주주의 횡령 등 경영진의 일탈 행위에 대한 방지 △노동자의 인권 침해 내지 부당 노동 행위 여부 △기업의 사회적 책임 관련 의무 이행 여부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기준에 부합하는지 여부 △회사법 또는 해당 법인의 사업에 밀접하게 관련된 법령상 의무 위반 여부 등이 여기에 해당할 전망이다. 위 검토 대상 중 일부는 재무 실사 내지 회계 감사 등 과정에서도 포착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대통령령이 의도하는 법률 감사의 수준 및 강도가 회계 감사 수준의 강도를 요구한다면 감사를 통해 경영진의 일탈행위 등에 대한 심도 있는 조사가 이뤄질 수 있고, 준법 경영 확립에도 분명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대통령령이 의도하는 수준이나 향후 제정될 장관 규정, 나아가 실제 적용 내지 시행 단계에서 실질적인 조사가 이뤄질 수 있는 법적·제도적 장치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단순히 형식적인 감사에 그칠 가능성이 상당하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외국 사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법률 감사 제도가 기업의 경제적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지 않으면서도 입법 목표도 달성할 수 있도록 제도를 입안하고 운영해야 할 것이다.
(3)인도네시아 형법상 배임죄의 부재
필자가 인도네시아 관련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발견한 한국과 인도네시아 형사법제상 주된 차이점 중 하나는 인도네시아 형법에 배임죄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전세계적으로 보더라도 배임죄를 명문으로 규정한 국가는 한국을 제외하면 독일과 일본 정도라고 한다. 특히 일본의 배임죄는 형법 제247조에서 '타인을 위하여 그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도모 또는 본인에게 손해를 가할 목적으로 그 임무에 위반하는 행위를 하여 본인에게 재산상의 손해를 가한 때에는 5년 이하 징역 또는 50만엔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필자 번역)'면서 배임죄를 단순 고의범이 아닌 목적범으로 규정하고 있다. 단지 불법 이득을 취하려는 의사보다는 '목적'이라는 주관적 구성 요건이 있어야 범죄가 성립한다는 것으로, 한국에 비해 배임죄의 성립을 엄격하게 보고 있다.
미국을 포함한 대부분의 나라에선 기업 경영자의 배임 행위를 형사처벌 하지 않는다. 대신 민사상 손해배상을 묻는 식으로 배임 이슈를 해결한다. 인도네시아 형법도 이런 법제를 취하고 있다. 그 영향인지 인도네시아 민간 기업들은 직원들이 거래 업체로부터 소위 '커미션'을 받는 행위가 자주 발생해 이 문제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고민하는 경우가 많다. 배임죄의 일차적인 적용 대상인 임직원의 충실 의무 위반에 대해 현지 형법을 적용할 수 없다 보니 준법 경영의 확립도 그 영역에선 상당히 제한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인도네시아와 같이 임직원에 의한 커미션 수수 등 경제적 이익 수취가 흔히 발생하는 나라에선 이 부분에 대해 특단의 조치가 필요해 보인다. 그 방안 중 하나로 비록 전 세계적인 트렌드와는 불일치하는 면이 있기는 하지만, 한시적으로라도 형법에 배임죄 규정을 도입하는 것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다.
(4)인도네시아의 부패와 민간기업의 준법경영의 상관 관계
인도네시아 정부 또는 공가업에 근무하는 공무원 등의 부정부패는 민간 기업의 준법 경영과 직결된다. 아래 국제기구(국제투명성기구, Transparency International)의 부패인식지수 자료를 보면 2023년 기준 인도네시아의 부패 순위는 조사 대상 180개국 중 115위다.(부패가 적을수록 순위가 높다) 1995~2023년 평균 부패 순위는 99.97위다. 2007년에 143위로 최악의 결과를 받았고, 가장 상황이 좋았을 때는 1995년(41위)이었다. 그만큼 인도네시아 사회 각 영역에서 부패의 정도는 심하다. 공적 영역에서의 부패는 민간 기업의 준법 경영에도 많은 영향을 미치기 마련이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국가의 부패지수 개선에 법률감사 제도를 적극 활용한다는 방침을 세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법률감사인으로 하여금 감사 수행 과정에서 대상법인 등의 부패 관련 사항을 중점적으로 조사하거나 이를 감사의 중요 체크 사항으로 두고 감사를 통과해야만 감사 보고서를 최종 제출할 수 있도록 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운영하는 식이다. 감사인이 감사 과정에서 부패 관련 사항을 발견할 경우 이를 수사기관 등에 의무적으로 보고하게 하는 것도 필요해 보인다. 인도네시아 정부와 수사기관, 사법부가 사회 전반에 존재하는 부패 이슈에 더욱 민감하게 대응해 국가 투명성 지수를 제고한다면 현지 민간 기업의 준법 경영 향상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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