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은이 성장률 전망을 하향 조정한 건 정치적 불확실성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봐서다. 이지호 한은 조사국장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로 촉발된 정치 불확실성과 이에 따른 경제 심리 위축 영향으로 올해 성장률이 0.2%포인트 낮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16일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회의 후 기자간담회에서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원·달러 환율이 30원가량 올랐다고 말했다.
한은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 정국에 따른 정치적 불확실성이 노무현·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때보다 크게 높은 상황으로 보고 있다. 이번 사태 때 자체 산출한 정치 불확실성 지수 최고치는 약 14포인트로, 직전 두 차례 탄핵 때의 최고치(7~8포인트) 대비 두 배에 가까운 것으로 나타났다.
정치적 불확실성은 작년 4분기 말부터 경제에 본격적으로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 국장은 “작년 12월 마지막 주(25~31일)부터 카드 승인액이 전년 동기 대비 마이너스로 전환했다”며 “1월 초순(1~12일)에도 비슷한 흐름이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4분기 성장률이 0.2%를 밑돌며 11월 말에 전망한 0.5%의 절반 이하로 쪼그라들었을 것으로 봤다. 지난달 수입 자동차 판매가 16.7% 감소했고, 아파트 분양 실적은 당초 계획한 2만5000가구보다 적은 2만1000가구로 집계됐다.
JP모간이 최근 올해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1.3%까지 낮추는 등 과도하게 부정적 시각이 형성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 그는 “구체적 수치를 발표해 기준점을 제시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고 말했다. 한은은 다음달 25일 공식 전망을 내놓을 때까지 변화하는 경제 환경을 검토해 전망치를 재차 수정한다는 계획이다.
한은은 정치적 불확실성의 지속 여부를 가장 큰 변수로 꼽았다. 한은의 이번 전망은 지난해 4분기 말 높아진 불확실성이 1분기까지 이어지다가 2분기부터 점차 해소되는 것을 전제했다. 이 국장은 “정치적 요인이 얼마나 지속될지에 따라 성장률에 미치는 영향이 달라질 수 있다”며 “경제 정책이 정치와 별개로 정상적으로 작동하도록 하는 것이 대외적으로 한국 경제의 신뢰를 확보하는 데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정부의 추가적인 경기 부양 시기와 새롭게 출범하는 트럼프 정부의 보호무역 정책 추진 속도도 중요한 고려사항으로 제시됐다. 여·야·정 합의로 추경이 빠르게 편성되거나, 트럼프 정부가 관세 정책 추진 속도를 조절하면 경기 하방 압력이 상당 부분 완화될 것으로 한은은 보고 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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