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손해보험사들이 2022년부터 올해까지 4년 연속 자동차보험료를 인하하는 것은 금융당국의 상생 압박이 그만큼 컸기 때문이다. 경기 침체로 서민 경제가 흔들리는 가운데 호실적을 낸 손보사들의 사회적 책임 요구가 커졌다. 하지만 보험업계에선 작년 자동차보험 적자 전환 가능성이 커진 상황에서 보험료를 재차 인하하는 것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일각에선 실손보험에 이어 자동차보험에서도 대규모 적자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올해 자동차보험료가 인하되면 2022년 이후 4년째 보험료가 내려가는 것이다. 자동차보험료는 2022년 1.2~1.4%, 2023년 2.0~2.5%, 작년 2.5~3.0% 인하됐다.
당초 보험업계에선 자동차보험이 적자 직전까지 내몰린 만큼 올해 보험료를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금융당국은 보험사에 상생금융 동참을 요구하면서 보험료 인하를 주문했다. 의무보험인 자동차보험은 국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고, 물가관리 항목 중 하나여서 보험사가 금융당국과 협의를 거쳐 보험료를 조정한다.
손보사들이 역대급 실적을 기록 중인 것도 보험료 인하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손보사들은 작년 1~3분기 누적 8조907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전년 동기 대비 13.6% 증가한 수치다.
올해 또 한 번 자동차보험료를 인하하는 것을 두고 손보사들의 우려는 적지 않다. 보험사들은 앞서 보험료를 인하한 지난 3년과는 상황이 다르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손해율이 급상승해 적자 전환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현대·DB·KB·메리츠·한화·롯데 등 7개 손보사의 지난해 1~11월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평균 82.9%였다. 전년 동기(80.1%) 대비 2.8%포인트 뛰었다.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보험사가 거둔 보험료 대비 지급한 보험금 비율을 의미한다. 업계에서는 적정 손해율을 82% 정도로 보고 있다. 이를 넘어서면 운영비 등을 고려했을 때 손실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통상 겨울철 손해율이 급등하는 점을 감안하면 지난해 자동차보험의 연간 손해율은 평균 83%를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대신증권은 삼성화재 DB손해보험 현대해상 메리츠화재 4개사가 작년 4분기 자동차보험에서 각각 220억~920억원 적자를 낸 것으로 분석했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폭설로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최근 들어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고 말했다.
자동차 정비수가가 올해부터 2.7% 오른 점도 부담 요인이다. 정비수가가 오르면 보험사의 보험금 지출이 증가하고 그 결과 손해율도 상승한다.
서형교/강현우 기자 seogy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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