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31개. 지난 10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막을 내린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 2025’에 참가한 한국 기업 수다. 전체 4300개 기업 가운데 23.8%로, 미국과 중국 다음으로 많은 숫자다. 혁신상도 휩쓸었다. 수상 기업 345곳 가운데 156개사가 한국 기업이었다. 기업들의 열정과 KOTRA 등 유관기관의 열성적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성과다.CES를 찾는 한국 스타트업은 해외 판로 개척과 해외 투자 유치 기회를 모색하겠다는 포부로 라스베이거스행 비행기에 오른다. 한국에서는 만나기 어려운 현지 투자사와 빅테크 관계자를 최대한 많이 만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에 부푼다. 이들은 나흘간의 행사 기간에 조금이라도 더 많은 기회를 만들기 위해 만나는 사람들에게 열정적으로 자신의 기업을 소개한다.
어김없이 해당 부스 앞은 여러 수행 인원을 거느린 지자체장과 정치인들로 북적였다. 부스를 순시하듯 돌아다니다가 사진을 찍고 떠나는 그들의 모습은 볼썽사납기 그지없었다. 해외 진출의 꿈을 안은 스타트업이 각 지자체의 치적 쌓기에 활용되는 건 아닌지 우려스러웠다.
정부와 지자체가 CES에 혈세를 들여 부스를 차리도록 한 것은 세계 무대에 도전하려는 기업을 뒤에서 묵묵히 지원해주라는 목적에서다. 하지만 한국관의 모습은 애초 취지와는 너무도 달랐다. 한국관을 다시 지역별로 나눈 것만 해도 주객전도의 전형적인 사례다. 한 스타트업 관계자는 “해외 투자자들이 한국의 지역명을 어떻게 구분하고 찾아오라고 하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고 했다. 한국의 첨단 기술을 제대로 홍보하겠다는 목적이라면 인공지능(AI)·모빌리티 등 각 스타트업의 전문 분야 중심으로 한국관을 구성했어야 한다.
이 많은 사람이 나흘간 라스베이거스에서 쓴 돈은 상상을 초월한다. 정치인들도 마찬가지다. CES를 글로벌 기술 전쟁의 현장으로 인식한 정치인은 과연 얼마나 됐을까 궁금하다. 행사 마지막 날 미국의 한 벤처캐피털(VC) 관계자를 만났다. “기술이 아무리 좋다고 해도 한국어만 들리는 부스에 글로벌 VC가 방문할까요?” 비아냥 섞인 그의 충고가 라스베이거스를 떠날 때까지 내내 머릿속을 맴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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