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박홍배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지난 16일 ‘반도체특별법 필요하다더니…작년 연구개발(R&D) 특별연장근로 신청 0.4%에 불과’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냈다. 요지는 이렇다. 고용노동부로부터 특별연장근로 통계를 받아보니 지난해 1월부터 11월 말까지 총 6112건이 신청됐는데 이 중 R&D 관련 건수는 단 26건이었다. 즉 반도체업계가 정작 있는 제도도 활용하지 않으면서 “기업의 위기를 주52시간제에서 찾는 것은 문제의 원인조차 파악하지 못했음을 자인하는 것”이라는 게 박 의원의 주장이었다.언제부터인가 노동판이라는 곳에 진지한 토론이 사라진 지 오래다. 같은 내용을 두고 한쪽에선 ‘노란봉투법’, 다른 쪽에선 ‘파업조장법’이라고 부르던 노조법 2·3조 개정 논란이 그랬고, 연장근로 단위기간을 유연하게 하면서 전체 근로시간은 줄이려던 근로시간제도 개편 노력이 ‘주92시간 강제노동’ 프레임에 휘말려 좌초한 것도 다르지 않다. 토론은커녕 진영논리로 무장한 일방적인 주장과 왜곡, 상대진영의 외면과 한숨만 난무하는 상황에서 합리적인 노동운동가로 알려진 박 의원의 ‘데이터 도발’이 반가웠던 이유이기도 하다.
탄핵 정국에 맞물려 ‘외부자’들의 이런저런 주장이 있지만 핵심은 명확하다. 1주일에 52시간을 넘겨 일하도록 하려면 반드시 근로자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이를 어기면 대표이사는 형사처벌된다. 하다못해 특별연장근로 기간을 확대해도 이를 활용하려면 정부의 ‘윤허’가 있어야 한다. 이런 탓에 지금도 노동계와 야당의 눈치를 보는 정부가 잦은 특별연장근로를 신청하는 기업에 대해 자제를 주문하는 게 현실이다. 게다가 대다수 R&D 종사자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취약 근로자도 아니다.
입법 칼자루를 쥔 국회는 미국 일본 대만 등 글로벌 경쟁국들의 근로시간 규제를 한번 살펴보고, 외부자가 아닌 당사자의 목소리를 들어 적합한 보상과 보호 방안을 마련하면 된다. 업종을 불문하고 예외 없이 모든 근로자가 9시에 출근해서 오후 6시에 퇴근하는 나라에 미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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