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매번 희생은 경제 몫인가’란 제목의 칼럼을 지난달 쓰고 나서 도둑맞은 기분이 들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촉발한 비상계엄 사태로 경제가 또 최대 피해자가 됐다는 내용인데, 더불어민주당이 이 칼럼을 교묘히 자기 장사에 활용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기업인들을 만난 자리에서 칼럼 제목을 인용하며 “정치 불확실성 때문에 경제가 피해를 입는다니 가슴이 답답하다”고 했다. 사실 칼럼의 절반은 야당이 계엄 사태를 정권 교체 빌미로 삼아 혼란을 키우면서 경제가 더 망가지게 생겼다는 걸 지적한 것인데, 아전인수도 이런 아전인수가 없다.민주당과 이 대표는 매번 말끝마다 ‘정치 때문에 경제가 어려워지면 안 된다’고 해놓고 실상은 경제에 부담을 지우는 법안만 몰아치고 있다. 이미 정권이라도 잡은 양 행세하는 것도 부족해 국가 재정을 손아귀에 넣은 것처럼 대통령 권한대행인 최상목 부총리를 향해 감 놔라 배 놔라 하고 있다.
예산 감액안을 일방 처리한 지 한 달도 안 돼 20조~30조원 규모의 돈 풀기 추가경정예산을 요구하는 것이나, 과거 자신들의 공약이던 고교 무상교육에 드는 막대한 돈을 중앙정부가 부담하라고 요구한 것을 보면 마치 정부 곳간 열쇠를 넘겨받은 주인이라도 된 것 같다.
민주당이 요구하는 추경은 이 대표가 내건 ‘전 국민 25만원 지원금’ 관철을 위한 ‘이재명식 추경’이다. 기획재정부와 최 권한대행은 경기 대응을 위한 추경 편성에는 찬성하지만, 현금 살포식 재정 지출에는 분명하게 반대하는 입장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까지 나서 이재명식 무차별 돈 살포에 반대한다며 기재부를 두둔하자 민주당은 “검찰에 이어 기재부가 정권을 잡으려 한다”는 엉뚱한 주장을 펴며 민심을 선동하고 있다.
기재부가 반대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민주당식 돈 살포로는 재정 투입 대비 산출 효과(재정승수)가 낮기 때문이다. 정부가 돈을 어떻게 쓰는지에 따라 재정승수는 각각 다르게 나오는데, 정부가 직접 공공 소비를 늘리거나 투자를 집행하는 것은 재정승수가 1에 가깝다. 1을 투입하면 1에 가까운 만큼 효과가 나온다는 뜻이다. 이에 비해 무차별 지원금을 나눠주는 것은 재정승수가 0.2로 가장 낮다. 그만큼 가성비가 떨어진다는 얘기다. 돈 살포는 소비 효과도 낮다. 코로나19 당시에도 증명된 적이 있다. 가령 월 10만원을 소비하는 사람이 정부로부터 긴급재난지원금을 10만원 받았다면 소비를 20만원으로 늘리는 게 아니라 지원금 10만원만 쓰고 자기 돈 10만원은 아낀다. ‘소비 대체효과’ 때문이다.
이 대표 요구대로 전 국민에게 민생 회복 지원금 25만원씩을 지급하려면 13조원의 예산이 들어간다. 정부 계산대로라면 성장 기여 효과는 2조6000억원에 불과하고, 나머지 10조4000억원은 허공으로 날아간다. 차라리 이 돈의 절반을 어려운 자영업자 등에게 선별 지원하면 그 효과는 배가 될 것이다.
이 대표와 민주당은 연간 1조원에 달하는 고교 무상교육 재정도 마치 정부에 맡겨놓은 양 내놓으라고 종용하고 있다. 최 권한대행이 지방자치단체의 넘치는 교육재정교부금을 근거로 거부권을 행사하자 탄핵하겠다며 으름장을 놓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식으로 재정을 남발하면서 부족한 재원은 적자 국채를 발행해 메꾸면 된다는 민주당의 발상이다. 당장의 인기를 위해 미래 재정을 거덜내겠다는 얘기나 다름없는데, 이미 우리는 문재인 정부 때 똑똑히 목도했다. 문 정부 당시 매년 적자 예산을 편성해 곳간을 허물면서 국가 채무는 임기 동안 400조원이 급증해 1000조원에 육박했다. 이전 정부 증가폭의 두 배다. 그나마 윤석열 정부 들어 적자 예산 편성을 억제하면서 채무 증가폭을 줄여놨는데, 민주당 정권이 들어서면 원위치될 게 뻔하다.
기재부와 최 권한대행이 재정 방패막이 역할을 끝까지 사수할 가능성은 낮다. 조기 대선이 치러져도 민주당이 정권을 잡는다면 문재인 정부 때처럼 말 잘 듣는 예산통을 기재부 장관으로 앉혀 재정을 곶감 빼먹듯 할 것이고, 거기에 발맞춰 기재부는 정권의 현금자동인출기(ATM) 역할을 충실히 할 것이다.
그렇게 해서 재정이 거덜나고 경제가 망가지면? 결국 피해는 국민 몫으로 돌아오게 될 텐데, 시나리오가 현실이 될까 봐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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