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명 ‘트릴리언달러 베이비’로도 불리는 이들 스타트업의 특징은 창업 이후 비상장 상태를 유지하면서 한 번에 외부 자금 수조원을 거듭 유치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날 글로벌 시장조사기업 CB인사이츠에 따르면 지난 7일 기준 데카콘 기업(기업가치 100억달러 이상 비상장사)은 52개로 집계됐다. 스트라이프(700억달러), 쉬인(660억달러), 데이터브릭스(620억달러) 등도 조만간 기업가치 단위를 갈아치울 전망이다.
글로벌 100대 비상장사로 범위를 넓히면 인공지능(AI)과 클라우드 등 엔터프라이즈 기술 분야 기업이 32곳으로 가장 많았다. 다음은 금융서비스(26개), 소비재 및 소매(14개), 제조(인더스트리·13개), 미디어 및 엔터테인먼트(10개), 헬스케어 및 생명과학(5개) 순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AI 같은 원천 기술을 보유하거나 세계 곳곳에서 통할 수 있는 플랫폼을 갖춘 기업의 성장 속도가 빨랐다”고 분석했다.
VC업계 관계자는 “TC는 기존 VC는 물론이고 사모펀드(PEF)와도 비교하기 어려운 투자 공식을 만들어냈다”며 “투자 기업의 창업자와 아주 오랜 유대를 유지하면서 소수 기업에 10년 이상 투자한다”고 설명했다. 장기 투자자로 알려진 기관투자형 PEF도 보통 4~5년이 지나면 기업을 팔거나 상장을 추진한다. TC는 이 같은 공식을 완전히 깼다는 평가를 받는다.
세쿼이아캐피털도 2021년 투자 기한에 제한이 없는 영구 펀드를 만드는 등 TC의 투자 방식에 동참했다. 제너럴캐털리스트, 라이트스피드벤처파트너스, 인사이트파트너스 등 10년 이상 투자를 유지하는 VC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미국만이 아니다. 손정의 회장의 소프트뱅크는 100대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 스타트업) 중 7곳에 투자했다. 이 기업이 2019년 조성한 비전펀드2의 청산 시기는 2032년으로 10년 이상이다. 중국 딥테크 유니콘 기업은 국가집적회로산업투자펀드 등 중국 정부 펀드의 투자를 받았다. 투자금 회수 없는 연구 지원으로 정부의 전폭적 지지를 얻고 있다.
첨단 정보기술(IT) 분야 중국 유니콘 기업의 상당수가 IPO를 피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세계 드론 시장 1위 업체 DJI, 중국 낸드플래시 분야 1위 기업 창장메모리(YMTC), 중국 최대 D램 제조사 CXMT, 팹리스(반도체 설계) 기업 하이실리콘 등은 비상장 상태를 유지하면서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2017년 유니콘 기업 반열에 오른 중국 바이트댄스는 중국 정부가 틱톡 관련 데이터 유출 위험을 이유로 해외 상장을 막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선 유니콘 기업조차 귀해졌다. 국내 신규 유니콘 기업은 2022년 7개로 정점을 찍고 지난해 2개로 줄었다. 글로벌 100대 유니콘 기업에는 토스의 운영사 비바리퍼블리카가 유일하게 이름을 올렸다. 국내 한 대형 VC 대표는 “국내 벤처 펀드의 평균 존속 기간이 7년 정도이고 기존 펀드를 인수하는 세컨더리 펀드 시장 규모도 크지 않다”며 “투자한 기업에 IPO를 독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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