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눈에 띄는 것은 ‘있으나 마나’라는 지적을 받은 매출과 시가총액 기준 상향이다. 유가증권시장은 매출 50억원, 시총 50억원인 것을 2029년까지 단계적으로 각각 300억원과 500억원으로 높인다. 코스닥시장도 매출 100억원, 시총 300억원이 돼야 상폐를 피할 수 있게 된다.
진작 현실화가 필요했던 기준이다. 지난 10년간 두 요건을 못 맞춰 퇴출된 상장사는 단 한 곳도 없다. 상폐 심의 기간도 유가증권시장은 최장 4년에서 2년, 코스닥은 3년에서 1년6개월로 줄어든다. 2회 연속 감사의견 미달이면 즉시 내보내는 것도 달라지는 점이다.
한 번 상장하기만 하면 ‘철밥통’ 자리를 꿰찰 수 있는 게 한국 증시다. 최근 5년(2020~2024년)간 연평균 99곳이 한국 증시에 신규 상장했지만, 상폐는 25곳밖에 없었다. 그 결과 상장기업이 2105개에서 2478개로 17.7%나 불어났다. 미국(3.5%), 일본(6.8%), 대만(8.7%) 증가율을 크게 웃돈다. 기업 수가 이렇게 늘었는데도 주가지수 상승률은 3.8%에 그쳐 미국(82.6%), 일본(65.4%)과 비교하기조차 민망하다. 한국 증시는 양적 성장만 있고 질적 개선은 없었다.
시뮬레이션 결과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의 8%인 62곳, 코스닥의 7%인 137곳이 새로운 요건에 미달한다. 시총 등을 맞추려는 시세조종이나 합병 등 무의미한 합종연횡 우려가 있지만, ‘좀비기업’ 퇴출 가속은 옳은 방향이다. 하지만 상폐는 멀쩡한 기업도 한순간에 망하게 하는 ‘사형선고’가 될 수 있다. 이의 신청이나 예외 인정 등을 통한 ‘옥석 가리기’가 필요한 이유다. 우선 상장 후 5년간 매출 요건을 적용받지 않는 바이오·제약 등 기술특례상장 기업이 문제다. 신약 개발 등 성과가 나오기 전이라면 높아진 기준을 충족하기가 녹록지 않을 것이다. 일시적으로 어려워졌지만, 회복 잠재력이 충분한 기업이 도매금으로 퇴출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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