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 대비 SK하이닉스 시총은 2년여 전인 2022년 말 16%에 불과했다. 약 10년 전인 2015년 말엔 12%로 더 낮았다. 그만큼 한국의 대표 기업인 삼성전자의 반도체 위상은 과거엔 넘보기 어려운 수준이었다. 그러나 미국발 AI 열풍을 타고 상황이 바뀌기 시작했다. 2023년 말 SK하이닉스 시총이 삼성전자의 21%로까지 치고 올라오더니 1년여 만에 절반에 육박하는 수준까지 따라잡았다.
삼성전자 시총의 절반을 넘어선 기업은 2008년 9월 4일 52%를 기록한 포스코가 유일하다. 2007년께부터 포스코는 중국을 비롯한 세계 철강 경기 호황을 타고 주가가 급등한 바 있다.
두 기업의 상황을 바꾼 건 고대역폭메모리(HBM)다. AI 훈련을 위한 반도체에 필요한 HBM 기술력에서 SK하이닉스가 ‘초격차’를 확보하며 주가가 치솟기 시작했다. 반면 삼성전자는 당시 상황에 안주하며 신기술인 HBM 개발을 소홀히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AI가 스마트폰 혁명에 이어 미래를 바꿀 기술로 확실히 자리매김하자 삼성전자가 추격에 나섰지만 쉽게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한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는 “삼성전자 HBM 기술은 현재로서는 SK하이닉스와 격차가 많이 벌어져 있다고 본다”며 “엔비디아에 공급을 한다고 해도 저렴한 AI 칩에 장착되는 정도일 것이고, SK하이닉스와 직접 경쟁하기는 어렵다”고 내다봤다.
실제 SK하이닉스의 실적 성장은 파죽지세다. 작년 4분기 영업이익이 8조132억원을 기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분기 최초 8조원대 영업이익 달성이 유력하다. 고부가가치 HBM 매출 비중이 D램 내 42%까지 늘어난 영향이다.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은 23조원 이상으로 15조원대에 그칠 전망인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을 크게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시간이 갈수록 삼성전자와의 시총 격차가 더 줄어들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반면 삼성전자는 체질 개선에 시간이 필요하다는 게 중론이다. HBM 시장 진입 지연이 발목을 잡고 있다. 노근창 리서치센터장은 “엔비디아 납품이 확인되기 전까지 박스권 주가 흐름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박한신/이시은 기자 p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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