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1월 22일 09:32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상당한 기간 동안에 걸쳐 여러 차례의 담합에 관한 합의를 하거나 여러 가지 상품에 대해서 합의를 하는 경우에 부당한 공동행위(담합행위)의 수는 어떻게 평가될 것인지가 문제되는 경우가 많다. 이는 결국 여러 차례의 담합행위가 전체로서 하나의 행위로 평가할 것인지, 그렇지 않으면 여러 개의 행위로 각각 분리해서 평가할 것인지의 문제이다.이 문제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는지의 여부는 각 담합행위를 제재하는 범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고 과징금의 구체적인 액수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즉 담합행위를 제재하는 제척기간과 관련하여서 여러 개의 담합행위를 하나의 행위로 평가한다면 최종 담합행위 하나만 제척기간이 벗어나지 않았더라도 전체 담합행위를 하나의 행위로 평가하기 때문에 전체 담합행위가 모두 제재의 범위에 포함되게 된다. 이와 반대로 각 담합행위를 개별 행위로 평가하게 된다면 제척기간이 경과한 담합행위는 제재의 범위에 포함될 수 없게 된다.
한편 과징금의 구체적인 액수를 산정하는 방식에도 마찬가지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과징금은 위반사업자가 위반기간 동안 거래한 관련 상품이나 용역의 매출액 또는 이에 준하는 금액인 관련매출액을 토대로 산정되는 것이기 때문에, 담합행위의 제재범위가 달라지게 됨에 따라서 관련매출액의 범위가 달라지게 되고 이는 결국 최종적으로는 과징금의 구체적인 액수에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이다. 그밖에도 여러 개의 담합행위가 이루어지는 동안에 과징금 부과기준이 변경된 경우에도 구체적인 과징금의 산정에는 차이를 가져올 수 있게 된다. 여러 개의 담합행위가 각 별개로 평가된다면 각 행위시의 과징금 부과기준에 의하여 과징금이 산정되는 것이 원칙일 테지만, 전체적으로 하나의 공동행위로 평가된다면 행위시의 과징금 부과기준이나 부과시의 과징금 부과기준 중 어느 하나만 적용될 가능성이 있고, 구체적으로는 이에 관한 부칙규정 등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부수적인 차이를 더 생각해 보자면, 여러 개의 담합행위가 하나의 담합행위로 인정되는 경우에는 담합행위 기간 중에 각 사업자별로 시장점유율이나 가격수준 또는 다른 합의내용에 일부 변동이 있다거나 새로운 사업자가 담합행위에 추가로 참가하였다는 등의 사정 등은 전체로서 하나의 담합행위로 평가하는 데에 있어 큰 차이를 가져오지 못하게 될 수 있다. 또한 중간에 명시적인 합의가 존재하지 않았던 기간 동안에도 합의가 명시적으로 단절되었거나 파기되지 않은 이상에는 전체적으로 하나의 공동행위가 성립한다고 평가될 가능성이 크게 된다.
그러면 여러 개의 담합행위를 하나로 평가할 것인지 또는 각 별개의 행위로 평가할 것인지를 가르는 기준은 무엇인가? 여러 개의 행위에 대해서 이를 규범적으로 하나의 행위로 평가할 것인지 또는 개별 행위로 평가할 것인지는 원래 형법의 죄수(罪數)이론에서 출발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여러 개의 범죄행위가 있을 때 각각의 행위에 대하여 각 법정형을 적용할 것인지, 전체적으로 하나의 행위로 평가하여 하나의 법정형만을 적용할 것인지에 관한 여러 논의가 있는데, 담합행위의 수를 평가함에 있어서도 이에 관한 평가기준이 참고될 수 있다는 것이다.
대법원(2010. 3. 11. 선고 2008두15169 판결)은 “사업자들이 부당한 공동행위의 기본적 원칙에 관한 합의를 하고 이를 실행하는 과정에서 수차례의 합의를 계속하여 온 경우는 물론, 그러한 기본적 원칙에 관한 합의 없이 장기간에 걸쳐 여러 차례의 합의를 해온 경우에도 그 각 합의가 단일한 의사에 기하여 동일한 목적을 수행하기 위한 것으로서 끊임없이 계속 실행되어 왔다면, 그 각 합의의 구체적인 내용이나 구성원 등에 일부 변경이 있었다고 할지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와 같은 일련의 합의는 전체적으로 1개의 부당한 공동행위로 봄이 상당하다”고 하였다.
우선 사업자들이 경쟁을 제한할 목적으로 공동하여 향후 계속적으로 가격의 결정, 유지 또는 변경행위 등을 하기로 하면서, 그 결정주체, 결정방법 등에 관한 일정한 기준을 정하고, 향후 이를 실행하기 위하여 계속적인 회합을 가지기로 하는 등의 기본적 원칙에 관한 합의를 하고, 이에 따라 위 합의를 실행하는 과정에서 수회에 걸쳐 회합을 가지고 구체적인 가격의 결정 등을 위한 합의를 계속하여 온 경우, 그 회합 또는 합의의 구체적인 내용이나 구성원에 일부 변경이 있더라도, 그와 같은 일련의 합의는 전체적으로 하나의 부당한 공동행위로 보게 된다(대법원 2006. 3. 24. 선고 2004두11275 판결).
여기서 기본적 원칙에 관한 합의란 사업자들이 향후 계속적으로 담합을 하기로 하면서 가격 등의 결정주체, 결정방법 등에 관한 기준을 정하고 이를 실행하기 위해서 회합을 하기로 하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하나의 담합행위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이러한 기본적 원칙에 관한 합의(기본합의)가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다. 대법원은 장기간에 걸친 수회의 합의가 단일한 의사에 기하여 동일한 목적을 수행하기 위한 것으로 그것이 단절 없이 계속 실행되어 왔다면 그 합의의 구체적인 내용이나 구성원에 일부 변화 또는 변경이 있었다 하더라도 이를 전체적으로 하나의 부당한 공동행위로 보아야 한다고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담합행위가 여러 개의 관련시장에 걸쳐 이루어진 경우에 이러한 행위를 하나의 담합행위로 볼 것인지, 아니면 관련시장에 따라 여러 개의 담합행위로 볼 것인지의 문제도 있을 수 있다. 예를 들면, 엘리베이터 담합사건에서 공정거래위원회는 대한주택공사 발주 엘리베이터 시장, 민간수요처 및 관급수요처 발주 엘리베이터 시장, 엘리베이터 교체시장을 각각 별도의 관련시장으로 보고 관련시장별로 별도의 처분을 하였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또 석유화학제품 담합사건과 가전제품 담합사건에서 공정위는 각 제품(합성수지 4개 품목) 또는 상품(세탁기, 평판TV, 노트북PC)별로 각각 별개의 관련시장으로 보면서, 이와 같은 행위들은 전체적으로 단일한 의사에 기하여 동일한 목적을 수행하기 위한 것으로서 단절 없이 실행되어온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각각 별개의 공동행위로 보았다. 한편 음료담합사건에서는 관련시장을 과실음료, 탄산음료, 기타음료로 구분하였으나, 그들의 행위는 하나의 부당한 공동행위가 성립한다는 입장을 취하기도 하였다.
실무상으로 위와 같은 법원 또는 공정거래위원회의 해석론에 따르더라도 구체적으로 어떠한 경우에 전체적으로 1개의 담합행위가 성립할 것인지를 판별하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대법원 판례의 설시를 종합해 보면, ‘기본합의의 존재 여부’, ‘단일한 의사’, ‘동일한 목적’, ‘단절 없는 계속적 실행’ 등이 개념적 징표가 될 것인데, 이 또한 다소 추상적인 개념들이어서 개별 사건에서 이와 같은 개념들이 존재하는지 여부를 구체화하기는 쉽지 않은 쟁점들이 있을 수 있다.
담합행위의 개수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에 따라 제척기간, 과징금의 구체적인 액수에 영향을 미치게 될 수도 있고, 그 외에도 자진신고자 또는 조사협조자의 지위 인정에도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여러 개의 담합행위로 평가될 경우에는 하나의 공동행위로 보는 경우보다 자진신고자 또는 조사협조자가 많이 인정될 가능성이 더 크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업자로서는 담합행위의 개수가 어떻게 평가되는 것이 처분에서 유리한지 여부를 따져보고 그에 맞는 사실관계를 잘 파악해서 초기단계부터 그에 관한 주장을 명료하게 정리하는 것이 중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기본합의, 단일한 의사, 동일한 목적, 단절 없는 계속적 실행과 같은 추상적 개념들은 주장과 함께 그에 맞는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통해서 판단될 수 있는 것들이기 때문에 사실관계에 대한 구체적이고 면밀한 파악 없이는 공허한 주장에 그칠 수 있기 때문이다.
<i>*변호사, 전 서울고등법원 고법판사. 본고는 필자의 개인적인 견해이며, 필자가 속한 법률사무소의 공식적인 입장과는 관련이 없습니다.</i>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