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휴가 길어지니까 다 해외로 나간다는데…. 내수 진작을 위해 지정한 임시공휴일이 오히려 발목을 잡는 것 같네요."
22일 국내 한 백화점의 임원은 한숨을 쉬며 이렇게 토로했다. 최장 9일에 달하는 황금 설 연휴를 앞두고 해외여행 러시가 이어지고 있다. 이 기간 한국을 떠나는 여행객이 134만 명에 달할 것으로 집계되면서 '연휴 특수'를 기대했던 유통·소비재 기업과 자영업자들의 근심이 깊어지고 있다.
이에 비해 제주 등 국내 여행객은 예년보다 줄어들 전망이다. 제주도관광협회에 따르면 이달 25~30일 항공·선박을 통해 제주를 찾는 관광객은 20만6000명으로 집계됐다. 작년 설 연휴보다 9.6% 줄었다. 국내보다 해외로 향하는 사람이 많은 건 정부가 설 연휴 직전인 27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한 영향이다. 31일 하루만 연차를 내면 최장 9일을 쉴 수 있다. 삼성, SK, 현대차, LG 등 대기업들은 이미 31일을 전사 휴무일로 지정하거나, 휴가를 권장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일주일 넘게 쉬는 곳이 많다 보니 이 기회에 해외 여행을 택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했다.
설 연휴 특수를 기대했던 소비재 기업들은 울상을 짓고 있다. 가뜩이나 패션 브랜드들은 올 겨울철 따뜻한 날씨의 영향으로 마진이 높은 패딩·코트 판매량이 뚝 떨어진 상황이다. 조금이라도 매출을 끌어올리기 위해 설 연휴 기간에도 아울렛 등에 문을 열어달라고 요청했지만, 해외로 빠져나가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실적이 예상에 못 미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연휴 때마다 늘어나는 해외여행족은 관광수지에도 부담이 된다. 코로나19 이후 K웨이브 열풍을 타고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인바운드)이 늘긴 했지만, 해외로 빠져나가는 내국인(아웃바운드)이 더 가파르게 증가하면서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관광수지 적자 규모도 매년 커지고 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관광수지는 102억달러 적자다. 이미 2023년 연간 적자 규모(99억달러)를 뛰어넘었다. 외국인 관광객이 한국에서 쓰는 돈보다 내국인이 해외여행에서 지출한 금액이 더 크다는 뜻이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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