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감독이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관련해 "국격이 떨어진 건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22일 YTN 보도에 따르면 봉준호 감독은 "한국이라는 이미지가 같이 일하는 사람들 머릿속에 다 BTS, '오징어 게임' 이런 이미지들로 가다가 갑자기 '계엄'이란 단어를 보니 너무 황당해하는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봉 감독은 이어 "본의 아니게 국격이 떨어진 건가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그걸 지금 계속 극복해 나가고 있고, 회복되어가고 있다"며 "우리가 가진 법적 시스템에 의해서 결국은 잘 정리되리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봉 감독은 지난해 12월 박찬욱 감독 등 영화인들과 함께 윤 대통령의 파면을 요구하는 긴급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영화감독조합(DGK) 등 77개 단체와 영화인 2500여명은 "영화적 상상력을 동원해도 망상에 그칠 법한 일이 현실에서 일어났다"며 "상식적으로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계엄 상황을 비판했다.
이어 "정권의 치적인 양 홍보하기 바빴던 한류의 위상은 나락으로 떨어졌다"며 "영화인들을 분노케 만드는 것은 ‘모든 언론과 출판은 계엄사의 통제를 받는다’는 계엄사령부 포고령의 3항을 비롯한 국민기본권의 제한"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의 영화인들에게 윤석열은 더 이상 대통령이 아니다. 내란죄의 현행범일 뿐이다"라며 "신속하게 윤석열의 대통령 직무를 정지시키고, 파면·구속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봉 감독은 '기생충' 이후 6년 만에 첫 할리우드 영화 '미키17'을 가지고 관객을 찾는다. 미국 작가 에드워드 애슈턴의 소설 '미키 7'을 바탕으로 위험한 일에 투입되는 소모품(익스펜더블), 죽으면 다시 프린트되는 ‘미키’가 17번째 죽음의 위기를 겪던 중 그가 죽은 줄 알고 ‘미키 18’이 프린트되면서 벌어지는 예측불허의 이야기를 그리는 영화다.
그는 지난 20일 진행된 언론시사회에서 원작의 과학기술에 대한 설명보다는 땀 냄새나는 인간적인 싸이파이(sci-fi) 장르라고 이 작품을 소개했다.
작품의 풍자적인 메시지에 대해 봉 감독은 "인간 사회에 대해 심각하게, 또 유머러스하게 마음껏 풍자할 수 있다는 게 SF의 가장 큰 매력인 것 같다"며 "평생 한 번도 악역을 해본 적 없는 마크 러팔로가 새로운 유형의 독재자로 나오기도 한다. 마크 러팔로가 굉장히 즐겁게, 열심히 연기해 줬다"고 귀띔했다.
‘미키’ 역에 로버트 패틴슨을 캐스팅하게 된 이유에 대해 봉준호 감독은 "약간 소심하고 불쌍한 ‘미키 17’의 느낌부터 예측 불가능하면서 기괴한 카리스마를 뿜어내는 ‘미키 18’까지 1인 2역이다시피 한 캐릭터를 커버할 수 있는 배우가 필요해서 로버트 패틴슨을 생각하게 됐다"고 했다.
로버트 패틴슨은 "계속 한계에 도전하게 하고 새로운 것을 제시해 주는 분과 일하고 싶은 마음이 있는데, 봉준호 감독님이 그렇다. 굉장히 체계적이시고 자신감이 넘치는 감독이다. 모든 배우들이 함께하고 싶어 한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미키17'은 오는 2월 28일 한국에서 전세계 최초로 개봉한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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