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실업급여 지급액이 12조원을 돌파해 코로나19 이후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실업급여 부정 수급액은 사상 최대치를 찍었다. 건설업발 경기 침체에 계엄·탄핵 정국이란 겹악재로 고용 시장이 재난급 한파를 맞이했다는 분석이다.
22일 김위상 국민의힘 의원이 고용노동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구직급여와 취업촉진 수당(실업급여 수습 기간 중 취업에 성공하면 주는 수당)을 포함한 실업급여 지급액은 12조 2847억 7000만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최종 집계액은 내달 공식 발표될 예정이다.
이는 전년도인 2023년 11조7922억원 보다 4925억원이나 늘어난 수치다.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하면서 실업급여 지급액이 사상 최대를 기록한 2021년(12조 5152억원) 이후 가장 큰 규모로 코로나19가 유행하기 시작한 2020년(12조 1841억원)보다도 많다. 구직급여 수급자 수도 11만 7000여명으로 역대 수급자가 가장 많았던 2021년 12만 1000여명 이후 최다 수치를 기록했다.
실업급여 지급액 증가는 건설업 등을 중심으로 경기 침체가 장기간 계속되면서 예견됐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건설업 취업자는 전년보다 4만9000명이 줄어 2013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가장 큰 감소 폭을 기록했다. 도소매업과 제조업 등에서도 각각 6만1000명과 6000명이 줄면서 일자리가 11만 개 이상 날아갔다. 비상계엄과 함께 시작된 지난해 12월 취업자 수도 1년 전보다 5만2000명이 줄었다. 전년 동월 대비 취업자 수 감소는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던 2021년 2월 이후 3년 10개월 만이다.
연말까지 악화를 이어간 고용 지표도 한몫했다. 22일 고용노동부 고용행정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10월~12월) 실업급여 신규 신청자는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지난 10월 실업급여 신규 신청자 수는 전년도 같은 달 대비 약 1만명(12.4%) 증가한 8만9000명으로 집계됐고, 11월에도 전년 동월 대비 2000명(2.2%) 늘어난 9만명을 찍었다. 두 달 연속 해당 월 기준 역대 최고 규모다. 12월 신규 신청자도 전년 동월 대비 8000명(+9.0%) 증가한 10만1000명을 기록하면서 2020년 이후 가장 많은 숫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12월 실업률은 3.8%로 1년 전보다 0.5%포인트 올랐는데 이는 코로나19가 한창 기승을 부리던 2020년 12월 이후 최고치다. 고용 시장이 경색 조짐을 보이면서 반등을 기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정부는 올해 취업자 증가 폭 전망치를 작년 7월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에서 제시한 23만명의 절반 수준인 12만명으로 내렸다. 김희성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건설업 등 경기 침체가 경기 회복의 주요 제약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단기간에 반등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 게 더 큰 문제”라고 말했다.
주 40시간 근로를 기준으로 계산한 월 하한액은 189만 3120원으로 최저임금을 받는 사람이 4대 보험료와 세금을 빼고 손에 쥐는 실수령액(월 185만 6276원)보다 많았다. 높은 하한액은 근로자들의 일할 ‘동기’를 약화하는 요인이 된다.
좀처럼 줄지 않는 반복 수급도 문제다. 20일 김위상 의원이 고용부에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실업 급여를 ‘3회 이상’ 반복한 수급자는 10만 2000명으로 집계됐다. 12월 수치를 합산하면 반복 수급자 수가 역대 최다를 기록한 2023년(11만명)을 넘어설 가능성이 높다. 고용부는 해당 연도 기준으로 5년 내 3회 이상 실업급여를 받은 사람을 ‘반복 수급자’로 분류해 별도 관리한다. 반복 수급이 많다는 것은 취업 의지가 적거나 일자리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임시 일자리를 전전하는 근로자가 많다는 뜻이다.
부정 수급액도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지난해 실업급여 부정 수급액은 전년도 299억 5900만원 대비 7.8% 증가한 323억400만원으로 사상 최다를 기록했다. 고용부의 한 근로감독관은 “경기가 악화하면 부정수급 유혹도 커진다”며 “적발되지 않은 액수도 상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실업급여의 구조적 한계도 뚜렷하지만 개편 논의는 지지부진하다. 정부·여당은 지난 2023년 실업급여 하한액 폐지 등 개편을 추진했지만 ‘시럽급여’ 논란을 겪으며 야당과 노동계의 반대에 부딪혀 무산됐다. 지난해 22대 국회가 출범하면서 정부·여당은 5년간 3회 이상 반복 수급자는 실업급여 일액(하루 실업급여 지급 금액)의 10%, 4회는 25%, 5회는 40%, 6회 이상은 50% 감액하는 내용의 고용보험법 개정안을 마련해 제도 개편을 재추진했다. 하지만 해당 안건도 계엄·탄핵 정국을 맞이하면서 당분간 논의 테이블에 올라오기 어려워졌다.
정부는 우선 급한 불을 끄기 위해 일자리 예산의 70%를 올해 상반기에 조기 집행해 일자리 충격을 최소화하고 직접 일자리도 1분기 내 110만개를 공급하겠다는 방침이다. 한 노동경제학자는 “실업급여 제도가 본연의 재취업 지원 기능에 충실하면서 노동 약자를 보호할 수 있도록 근본적인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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