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끝 맺고 다시 시작하는 '땅끝의 의미'
여행은 어떤 의미를 찾고자 하는 여정인지도 모르겠다. 한반도 서남단의 해남은 ‘땅끝’이라는 지리적인 특성만으로도 매력적인 여행지다. 덕분에 ‘땅끝해남’은 해남의 제1 명소이기도 하다. 땅끝해남은 해남읍(해남군청에서 땅끝모노레일)에서도 38km, 차로 약 40분이 소요된다.

땅끝에는 신의 조화 같은 산 하나가 자리하고 있다. 높은 곳에서 보면 그 지형이 영락없는 한반도 모양인 ‘갈두’산이다. 땅끝의 옛 이름이 칡머리로 칡 갈(葛), 머리 두(頭)를 써서 갈두라는 지명을 얻었다. 산 정상부에는 땅끝전망대와 조선시대 주요 해로에 설치한 봉수대도 자리한다.

전망대까지는 모노레일을 타고 이동할 수도 있다. 편리하기도 하지만 여유롭게 다도해의 비경을 감상할 수 있어 추천한다. 땅끝모노레일을 기점으로 땅끝탑까지는 근사한 해안산책로를 따라 걷기 여정을 즐길 수 있다. 그전에는 제법 많은 계단을 이용해 땅끝탑까지 가볼 수 있었는데 올 초 ‘꿈길랜드’라는 무장애 걷기길이 조성되었다.

무장애는 그 이름처럼 장애물이 없다는 뜻이다. 어린이, 노약자, 장애인 등도 쉽게 갈 수 있도록 전국적으로 무장애 걷기길은 더욱 많아지고 있다. 조성한 지 30년 된 땅끝탑 가는 길은 제법 많은 계단과 경사지로 이뤄져 있었다. 이를 넓고 완만한 데크길로 새로 잇고, 조명도 설치해 낮에도, 야간에도 부담없이 방문할 수 있게 되었다.

꿈길랜드는 벼랑 위에 세운 잔도길이기도 하다. 시선이 닿는 곳마다 눈부신 해안 절경이 펼쳐지니 이런 풍경을 볼 수 있음에 그저 감사한 마음이 든다. 길목에는 해안처음길이라는 스카이워크도 자리한다. 길이 41m, 높이 18m로 바다 위를 걷는 기분이 짜릿하다.

꿈길랜드를 걸은 지 십여 분만에 땅끝탑에 도착했다. 끝을 알 수 없는 푸른 바다를 항해하듯 뱃머리 모양의 전망대 위에 뾰족한 삼각형의 땅끝탑이 서있다. 육지의 끝, 바다의 시작. 나는 무엇을 잘 끝맺어 다시 시작해야 하는가. 새로운 해의 다짐을 되새기며 다시 길을 나선다.

정상미 기자 vivid@hankyung.com
사진 = 이효태 포토그래퍼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