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푸른 산’이라는 주제로 그림을 그려보라고 하면 대부분의 사람은 초록색 삼각형을 그린다. 화가들은 다르다. 똑같은 푸른 산에서도 누군가는 강렬한 생명의 에너지를, 다른 누군가는 고요한 침묵을, 어떤 이는 산이 품은 미스터리한 분위기를 발견해 이를 캔버스에 옮긴다.
서울 한남동 리만머핀서울에서 열리고 있는 4인 그룹전 ‘숭고한 시뮬라크라’는 자연을 다르게 해석한 여러 화가의 색다른 시선을 만날 수 있는 전시다. 김윤신과 김창억, 홍순명과 스콧 칸의 풍경화가 나와 있다. 전시를 기획한 미술평론가 앤디 세인트 루이스는 “같은 자연 풍경을 화가마다 다른 방식으로 재창조해낸 작품들”이라고 설명했다.
풍경화라는 렌즈를 통해 형언할 수 없는 것, 우리가 쉽게 정의할 수 없는 것을 원숙한 표현으로 조명하려는 시도가 엿보인다.


지난해 베네치아비엔날레 본전시에 출품하며 세계 미술계의 관심을 모은 김윤신(90)의 그림은 자연을 강렬한 색채와 추상적 형태로 표현한다. 기하학적인 형태와 역동적인 구성 덕분에 자연이 품은 활력이 그림에 잘 드러나 있다. 김창억(1920~1997)은 추상적인 화풍을 통해 시간이 멈춘 것 같은 자연의 고요함과 차분함을 작품에 담았다.
미국 출신 작가 스콧 칸(79)은 풍경에 초현실적인 화풍을 더해 신비롭고 낯선 느낌을 연출해냈다. 사진을 찍은 뒤 이를 기반으로 그림을 그리는 홍순명(66)의 작품도 주목할 만하다. 개인적인 기억과 감정을 풍경에 녹여 몽환적인 느낌을 주는 최근작 ‘낯설게 마주한 풍경’ 등이 전시장에 나와 있다. 전시는 3월 15일까지.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