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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오락가락 정책에 피해자만 남긴 사전청약

입력 2025-01-23 17:37   수정 2025-01-24 00:12

“당첨 자격이 유지돼 다행이지만 언제 입주할 수 있을지 모르죠. 분양가마저 크게 뛸까 걱정입니다.”

2022년 사전청약에 당첨됐지만 지난해 ‘사업 취소’라는 날벼락을 맞은 한 사전청약 당첨자가 기자에게 건넨 말이다. 그는 “앞으로가 더 걱정”이라고 했다. 다시 토지가 매각돼 부지가 조성되고 집이 언제나 지어질 수 있을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 22일 민간 사전청약에 당첨됐다가 사업이 취소된 당첨자에게 후속 사업 단지에서 우선 공급 자격을 주는 구제책을 내놨다. 갑작스러운 사업 취소 소식에 2년 넘게 대책 마련을 촉구해온 피해자들의 ‘내 집 마련’ 희망이 되살아난 것이다.

사전청약 제도는 시작 때부터 우려하는 시각이 많았다. 2009년 이명박 정부 시절 일부 주택에 적용했다가 폐지한 제도다. 집값 급등과 공급 부족 지적에 문재인 정부가 2021년 다시 도입했다. 당시 건설업계와 전문가 모두 “분양가 상승과 사업 지연 같은 부작용이 더 크다”고 우려했다.

일반적으로 입주자 모집(분양)은 주택을 착공할 때 이뤄진다. 사업자가 주택을 공급할 준비가 됐을 때 비로소 입주자를 모집할 수 있어서다. 이를 무시한 채 정부는 ‘공급 실적’ 쌓기에 급급해 분양 시점을 3년가량 앞당겼고, 사전청약이란 이름으로 2022년까지 분양을 이어갔다. 그동안 45개 단지에서 2만688명이 사전청약에 당첨됐다.

하지만 사업 취소가 잇따르자 사전청약 제도는 제대로 된 대책도 없이 다시 폐기됐다. 애꿎은 당첨자만 내 집 마련의 꿈이 물거품이 될 위기에 처했다. 피해자 1800명 중 절반가량은 정부 대책을 기다리다 지쳐 당첨자 지위를 포기했다. 이번에 구제받는 피해자는 713명에 불과하다. 경남 밀양시 부북지구 S1블록은 건설사의 사업 포기에 이어 모든 사전청약 당첨자의 포기로 피해자가 한 명도 남지 않았을 정도다.

정부의 이번 구제책도 풀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우선 사업성이 없다는 이유로 민간이 포기한 땅을 개발할 사업자를 하루빨리 찾아야 한다. 국토교통부는 올해 1분기 안에 토지 재매각에 나선다. 과거 비싸게 땅을 매입했던 것과 달리 이번엔 합리적 수준에서 매각이 이뤄져 사업성엔 문제가 없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건설업계는 여전히 땅은 비싸고 경기 침체로 주택을 공급할 여력이 부족하다고 말한다.

남은 사전청약 단지에 대한 관리도 시급하다. 아직 본청약이 이뤄지지 못한 단지가 18곳에 달한다. 대부분 사업이 지연된 곳이다. 사전청약 당첨자 5813명은 정부 대책에도 또다시 사업이 취소되거나 분양가가 급등할까 걱정하고 있다. 같은 피해가 재발하지 않도록 정부의 세심한 대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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