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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풍 의결권 막고 주총 강행…최윤범 '위태로운 방어'

입력 2025-01-23 18:04   수정 2025-01-24 01:22

마켓인사이트 1월 23일 오후 4시 52분


23일 서울 한남동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열린 고려아연 임시 주주총회는 아수라장이었다. 주총 전날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의 상호주 방어책이 나오면서 파행은 예고된 상태였다. 원래 이날 주총은 넉 달 동안 이어진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의 승자를 가르는 자리였다. 하지만 양측이 서로를 인정하지 않은 채 주총은 겉돌았다. 곳곳에서 고성과 욕설이 오갔다. 주총장 입구에는 붉은 조끼를 입고 띠를 두른 고려아연 노동조합원들이 MBK파트너스를 규탄하는 피켓을 들고 굳은 표정으로 서 있었다.

오전 9시 열릴 예정이던 주총은 7시간가량 지연돼 오후 4시께 시작해 오후 10시께 끝났다. 주총 의장권을 쥔 최 회장 측이 “주주명부와 위임장 확인 절차가 늦어지고 있다”며 주총 지연을 알리자, MBK파트너스·영풍 연합 측은 “주총 파행을 유도하고 있다”며 거세게 항의했다.

양측의 대립은 주총 의장을 맡은 박기덕 고려아연 사장이 “고려아연 지분 25.42%를 보유한 영풍은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선언하면서 극한으로 치달았다. 최 회장 측은 전날 최씨 일가 및 영풍정밀이 보유하고 있는 영풍 지분 약 10.3%를 고려아연 손자회사인 선메탈코퍼레이션(SMC)에 넘겨 ‘고려아연→선메탈홀딩스(SMH)→SMC→영풍→고려아연’으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를 만들었다. 상법상 순환출자 구조 내 회사 간에는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

MBK·영풍 연합 측은 즉각 반발했다. SMC는 해외법인이자 유한회사로 ‘상호주 의결권 제한’ 규정을 적용받지 않는다는 게 MBK 연합 측 주장이다. 영풍 측 법률대리인은 “이런 식이면 임시 주총을 연기해달라”고 요구했지만, 박 사장은 “영풍엔 임시 주총 연기 여부를 결정할 의결권도 없다”고 맞섰다.

영풍의 의결권이 제한된 상황에서 진행된 만큼 주총의 승부는 최 회장 쪽으로 기울었다. 이번 주총의 핵심 안건이었던 집중투표제 도입이 통과됐다. 고려아연은 오는 3월 정기 주총부터 집중투표제를 통한 이사 선임이 가능해진다. 고려아연 정관을 변경해 이사 수 상한을 19명으로 정하는 안도 통과했다. 최 회장 측은 MBK가 추천한 14명 이사 후보의 이사회 진입도 막았다. 최 회장 측 7명의 후보는 이사회에 진입했다. 고려아연 이사회 구도는 기존 ‘11(최 회장 측) 대 1(MBK 연합 측)’에서 ‘18 대 1’로 재편돼 최 회장 측 장악력이 더욱 강해졌다.

최 회장 측이 일단 방어에 성공한 셈이다. 하지만 위법 논란을 불러일으키면서 수개월의 시간을 벌었을 뿐이라는 지적이 많다. 법원 판단에 따라 이날 주총 결과가 무효가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MBK 연합은 주총 결의 무효 소송을 제기할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한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상호주 의결권 제한 규제는 유한회사와 외국 법인에 적용되지 않는다”며 “‘꼼수’로 의결권 행사를 가로막는 것은 대주주의 경영권을 보장하는 자본주의 정신과도 맞지 않기 때문에 재판부가 MBK 연합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최다은/성상훈/박종관 기자 max@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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