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엔 배우 조승우와 전도연, 유승호였다면 올해는 이영애다.
LG아트센터는 오는 5월 7일부터 LG시그니처홀에서 초연하는 연극 '헤다 가블러'에 이영애가 출연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기획 공연으로 초연으로 선보인 '벚꽃동산'에 전도연이 27년 만에 연극 무대에 오른 것에 이어 다시 한번 연극에서 쉽게 보지 못했던 배우를 캐스팅한 것. 이영애가 연극 무대에 서는 건 1993년 '짜장면' 이후 22년 만이다.
LG아트센터 기획 공연인 '헤다 가블러'는 노르웨이 극작가 헨리크 입센이 1890년 발간한 희곡으로, 남편의 성을 거부하고 자신의 성인 '가블러'로 살아가는 여주인공 '헤다'의 이야기다. 사회에 대한 비판적 시각과 현대 여성의 심리적 갈등을 다룬 작품. 연극 '지상의 여자들', '키리에', '나는 살인자입니다' 등을 선보인 연출가 전인철이 연출을 맡는다.
첫 공연을 앞둔 연극 '꽃의 비밀'과 '애나엑스'도 연극에 첫 도전장을 내미는 드라마, 영화 스타들이 대거 등장한다.
2015년 초연한 '꽃의 비밀'은 특유의 유머로 이름난 장진 감독이 작·연출을 맡은 작품. '웰메이드 코미디'라는 호평을 받으며 중국과 일본으로 수출돼 해외 관객들에게도 웃음을 선사했다. 이번에는 10주년 기념으로 공승연, 이연희, 안소희 등이 캐스팅돼 눈길을 끌었다.
'애나엑스'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애나 만들기'를 통해 국내에도 알려진 실존 인물 '애나 소로킨'의 충격적인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작품. 2021년 영국 웨스트엔드에서 첫선을 보였다.
부유한 상속녀라는 가짜 배경으로 자신을 포장해 사기 행각을 벌이는 '애나' 역에는 최연우, 한지은, 김도연이 캐스팅됐고, 애나의 매력과 자신감에 매료되지만, 점차 진실을 알아가며 혼란을 겪는 '아리엘' 역은 이상엽, 이현우, 원태민이 연기한다.
하지만 최근엔 연극 시장이 커지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한 배우 전문 매니지먼트사 대표는 "연극은 시간과 공을 들이는 것에 비해 출연료를 많이 받는 게 힘들고, 인지도를 높이는 등 홍보 효과를 얻는 것도 싶지 않다"며 "같은 시기에 제안받는다면, 드라마나 영화 출연을 반기는 분위기였지만 요즘은 꼭 그런 것도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무대와 영화, 드라마를 오가며 왕성한 활동을 하는 배우들도 늘어났고, 배우 개인에게도 연기력을 확장할 기회라는 점에서 꺼리지 않는다"고 전했다.
실제로 지난해 '엔젤스 인 아메리카'로 데뷔 후 처음 연극 무대에 선 유승호는 "무대 공포증이 있어 미루고 미루다가 도전하게 됐다"며 "소화장애를 앓을 만큼 부담이 컸지만, 매체에서 연기할 때 느낀 한계를 연극에서 보다 자연스럽게 표현할 수 있는 부분이 있었다"면서 만족감을 보였다.

전도연 역시 '벚꽃동산' 공연 당시 "'역시, 전도연 잘하더라' 이런 얘기는 오래전부터 들어서 자극이 되진 않는다"며 "무대 위에서 나를 온전히 내던지는 용기를 내고, 내가 할 수 있는 시간을 집중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이전과 다른 연기 도전을 즐긴다고 했다.
여기에 영화, 드라마 제작비가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하면서 제작 편수가 줄어들면서 연극 무대를 찾는 이들도 증가했다. 현재 상연 중인 연극 무대에 오르고 있는 한 베테랑 배우는 "이전에 비해 출연할 수 있는 작품이 많이 줄었다"며 "연극을 하고 있지 않았다면 괴로웠을 텐데, 연기를 계속할 수 있어서 행복하다"고 털어놓았다.
예술경영지원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7, 8월 배우 황정민이 주연을 맡은 연극 '맥베스' 등에 관객이 몰리면서 전체 연극 티켓 판매액은 163억원으로 전년 동기 111억원보다 47% 늘어났다. 여름은 통상적으로 공연계 비수기인 걸 감안하면 놀라운 수치다.
아직 정확한 통계가 발표되지 않았지만, 4분기에는 조승우의 연극 첫 데뷔작 '햄릿'이 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햄릿'은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공연했는데, 총 23회차 공연이 시야제한석까지 전석 매진돼 누적 관객 수는 2만1300여명으로 집계됐다.

공연예술통합전산망(KOPIS)에 따르면 지난해 공연시장 매출액은 약 1조4421억원이었다.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KOBIS) 집계 기준 지난해 영화시장 매출액이 1조1945억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공연 매출이 영화를 앞지른 셈이다. 공연시장 매출액은 2023년 1조2696억원으로, 영화시장 매출액 1조2614억원을 처음으로 앞질렀는데, 그 격차가 1년 만에 더 커졌다. 뮤지컬, 콘서트의 호황뿐 아니라 연극의 흥행이 '회전문' 관객을 이끌며 매출 상승을 도왔다는 평이다.
여기에 해외 진출까지 늘어나고 있다. '벚꽃동산'의 경우 올 하반기 해외 순회공연을 준비 중이다. 국립극단도 올해 11월 선보일 창작극 '허난설헌'(가제)으로 해외 진출을 모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일각에서는 스타 배우들의 출연으로 관람료도 덩달아 오르는 '티켓플레이션'(티켓+인플레이션) 심화를 문제 삼고 있다. 또한 소극장 연극의 고전을 꼬집으며 연극의 '부익부 빈익빈' 심화에 대한 우려의 반응도 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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