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잘 계시는가? 이 난리통에도 불구하고 출간한 졸작 덕에 무려 세종문화회관 한 귀퉁이에서 독자와의 만남을 했다. 의외로 많은 분이 모여 질문과 대담이라는 토크쇼를 했더니 맨날 묻기만 하다가 다양한 질문의 바다에 빠지는 남다른 경험을 했다.이처럼 질문을 던지고 받는 것은 의사소통을 넘어 상대방의 생각과 지식을 나누는 가장 빠른 방법이다. 청문회, 인터뷰, 주간회의 등 우리는 매일 묻고 답한다. 이런 질문과 대답 속에 누구는 승진을, 누구는 좌천을, 누구는 나락을 간다. 자자, 3월 인사평가 시기가 다가온다. 팔자를 고치는 질문은 어떻게 하는 걸까?

선빵을 날려라
필자가 교복 입고 다리 떨 때 학교 후문에서 그랬던 것처럼 사람과 사람 사이의 질문에서도 선빵이 제일 중요하다. 첫 질문은 그 대화의 혹은 미팅의 큰 틀을 잡을 수 있는 단 하나뿐인 기회다. 1 대 1이건, 다 대 일이건 반드시 그 기회를 당신이 먼저 잡아라. 그리고 내가 제일 궁금한 것 혹은 내가 제일 잘 대응할 수 있는 것으로 대화의 주도권을 잡아라.
질문의 목적을 구체적으로 ‘미리’ 정하라
필자가 제일 답하기 어려운 (그런데 제일 많이 듣는) 질문이 “사모펀드는 어디에 투자하나요?”다. 성장 잠재력이 큰 산업이 어디냐 정도의 질문일 터인데 헬스케어, 인공지능(AI), 자동화, 에너지·환경 뭐 이렇게 대답해봐야 물어보는 사람이나 말하는 나 자신이나 참 허무할 따름이다. 산업을 어떻게 고르는지, 어떤 정량적 기준을 두는지, 재무 실사를 할 때 꼭 검토하는 열 가지를 알려달라던지, 하다못해 좋은 자문사 리스트를 4개 알려달라던지 하면 좀 껄끄럽지만 훨씬 더 실용적이다. 팁을 하나 주자면 제미나이건, 챗GPT건 본인이 편한 AI 플랫폼들과 매일 대화할 것을 100번 강권한다. 질문이 모호하면 정말 쓰레기 대답이 나오는데 반대로 전략적이고 구체적인 질문을 하면 우주의 진리가 손끝으로 바로 전달된다.
질문의 궁극적 목표는 상대방과 ‘라포’ 쌓기
최근 책을 낸 뒤로는 인스타그램으로 친해져서 차 한 잔 같이 먹고 매주 다양한 산업 소식을 교환하는 분도 생겼고, 경쟁사 임원 분을 모시고 산업 스터디 겸 인터뷰를 하다가 경영진으로 꼬신 분도 있다. 이처럼 질문을 통해 전문가의 뇌세포를 한두 번 탐할 기회가 생긴다면 그보다 더 고차원의 단계는 질문을 통해 상대방과 우정을 쌓는 것이다. 이렇게 인연을 쌓다 보면 지식보다 더 좋은 인맥이 생기고 그 질문권의 유통기한은 무기한 연장된다.
아이스 브레이킹용 질문을 제외하고 단답형 질문은 “저도 관심이 떨어졌어요, 집에 갈래요”의 공손한 표현이다. 단답형 질문 중 또 황당한 버전은 너무 추상적인데 단답형으로 묻는 “행복하세요?” “요즘 어때요?”형 질문이다. 보통 어색해서 그럴 텐데 상대방의 대화, 과거 경험, 업무 성과를 기반으로 최대한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질문하라.
질문의 내용만큼이나 ‘껍데기’가 중요하다
의사소통에서 비언어적 요소가 전체 대화의 93%(목소리 톤이 38%, 몸짓이 무려 55%)를 차지한다는 심리학 이론이 있다. 이 말인즉슨 아무리 멋진 질문을 해도, 목소리가 작거나 눈을 내리깔거나 손을 가만히 못 두거나 하면 메시지의 전달력이 거의 없어진다는 뜻이다. 존경할 만한 정치인, 웅변가, 사업가들을 떠올려보라. 수많은 참모가 미리 써준 대본 내용보다는 말투, 음성, 손짓, 눈빛이 떠오를 것이다.
질문보다 더 중요한 건 공감과 관심
필자가 경영진 후보를 인터뷰하거나 혹은 협상 상대와 1 대 1로 질문을 할 때 극혐하는 것은 휴대폰이다. 망할 놈의 휴대폰은 가방이나 변기에 넣고 질문에 몰입하라. 지식과 경험을 나누는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선물은 현찰이 아니고 관심, 공감 그리고 감사다. 휴대폰이 테이블 위에서 당신을 향해 방긋 웃고 있다면 당신 관심의 유통기한은 5분을 넘기기 힘들 것이다.
질문은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배움의 도구이자 내가 어떤 사람인지 나타낼 수 있는 절체절명의 기회다. 청문회 혹은 TV토론의 반짝 스타가 한 나라의 지도자가 되는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젊은 그대여. 질문하라. 앞자리 상사한테건, 버스정류장에서 만난 긴 머리 그녀에게건, 챗GPT한테건. 그대의 팔자가 바뀔 것이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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