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세 급변과 계엄사태 후폭풍 등으로 소비심리가 크게 흔들리면서 국내 주요 유통·식품기업들의 실적 전망치가 연일 낮춰지고 있다. 증권가는 올 상반기까지 소비심리가 부진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26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신세계백화점, 현대백화점, 롯데쇼핑, 이마트 등 백화점·마트 업체들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평균 전망치) 합산액은 4829억원으로 집계됐다. 1개월 전 합산액인 5546억원에서 12.92% 줄었다.
전망치가 가장 크게 감소한 기업은 이마트다. 영업이익 컨센서스가 한 달 전 525억원에서 최근 257억원으로 반토막이 났다. 신세계는 같은 기간 1757억원에서 1525억원으로 13.2% 줄었고, 롯데쇼핑도 2182억원에서 1983억원으로 9.1% 감소했다. 현대백화점은 영업이익 예상액이 1064억원으로 한 달간 18억원 줄어든 데 그쳐 비교적 양호했다.
업계에서는 작년 4분기 소비심리 악화가 실적에 직격타를 날렸다고 보고 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지난해 12월 소비자심리지수는 88.4로, 11월보다 12.3포인트 내렸다. 이는 코로나19 대유행 당시인 2020년 3월 이후 가장 큰 하락 폭이다. 지수 자체도 2022년 11월 이후 2년 1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통상임금 판결로 일회성 비용부담이 커진 점도 실적에 영향을 주고 있다. 지난달 19일 대법원은 재직 여부나 근무 일수 조건이 붙은 임금도 통상임금의 산정 기준에 포함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통상임금 기준이 넓어지면 기업들이 직원 퇴직금 등으로 쌓아야 할 충당부채가 일시적으로 늘어난다. 지난 22일 실적을 발표한 한진은 지난해 연간 매출이 처음으로 3조원을 돌파했지만, 4분기만 놓고 보면 통상임금 판결에 대비한 추정 부담분 274억원이 일시적으로 반영되면서 영업이익이 3억원에 그쳐 부진했다.
증권가에서는 유통기업들이 올 상반기 '혹한기'를 보낼 것이라고 예고하고 있다. 백재승 삼성증권 연구원은 "거시경제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한국 소비경기는 올 상반기까지 회복이 미진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업체들의 작년 4분기 실적은 예상을 하회하는 매출 증가율, 일회성 비용 반영으로 대부분 예상을 밑돌 것"이라고 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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