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나노미터(㎚·1㎚=10억분의 1m)에 놀라긴 이릅니다. 중국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는 향후 11㎚ D램까지 양산할 역량이 있다고 봅니다.”황철성 서울대 석좌교수(사진)는 26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국 메모리산업의 가장 큰 위협 요인은 중국 CXMT의 거센 추격”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서울대 반도체공동연구소장을 지낸 황 교수는 700편 넘는 SCI(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급 논문을 펴낸 세계적인 메모리 반도체 분야 석학이다.
황 교수가 중국을 한국 메모리산업의 가장 큰 위협으로 지목한 건 미국 규제에도 불구하고 첨단 기술 개발에서 성과를 내고 있어서다. 시장조사업체 테크인사이츠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CXMT가 16㎚ 더블데이터레이트5(DDR5) D램 양산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황 교수는 “한국과 중국의 기술 격차가 2~3년으로 좁혀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14㎚ D램을 만들 때부터 네덜란드 ASML의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썼지만, 마이크론은 EUV 없이 11㎚까지 양산했다”며 “CXMT도 EUV 없이 11㎚ D램까지 제조할 수 있다는 얘기”라고 진단했다.
CXMT에는 ‘치킨게임’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도 위협 요인이라고 했다. 황 교수는 “기술력과 생산능력이 앞선 한국 메모리 기업들은 그동안 치킨게임을 통해 해외 경쟁업체를 돌려세웠다”며 “하지만 막대한 정부 보조금을 받는 CXMT를 상대로 치킨게임을 걸면 오히려 위험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CXMT가 한국 메모리의 주요 고객사인 중국 스마트폰과 PC 기업에 공급 물량을 늘리는 것도 걱정거리”라고 덧붙였다.
황 교수는 한국 반도체 기업에 희망적인 요인으로 인공지능(AI) 시대가 안겨준 ‘메모리의 꾸준한 성장’을 꼽았다. 황 교수는 “5~6년 뒤엔 D램 미세화에 한계가 오면서 저장 공간을 수직으로 쌓는 3차원(3D) D램 시대가 올 것”이라며 “중국도 3D D램 연구에 주력하고 있기 때문에 정신을 바짝 차리고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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