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영·스벅 잡아라"…배달대행사 황금콜 경쟁

입력 2025-01-26 16:52   수정 2025-01-27 00:22

음식점의 배달 서비스를 대신 해주던 배달대행사들이 올리브영, 스타벅스, 맥도날드 등의 퀵커머스(즉시 배송) 물량을 맡으며 새로운 성장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이들이 배달의민족, 쿠팡이츠 등의 라이더 수직 계열화로 고사 위기에 내몰렸던 배달대행사들의 새로운 ‘큰손’으로 떠오른 것이다. 프랜차이즈 기업들의 자사 앱을 통한 배달 등 퀵커머스 수요도 늘어 퀵커머스 시장의 성장세가 가팔라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배달대행사 “B2B 잡아라”
26일 배달대행사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배달대행사 부릉의 B2B(기업 간 거래) 배달 물량은 월평균 300만 건 수준으로 1년 전에 비해 30% 이상 증가했다. B2B 배달은 개별 음식점이 아니라 대형 프랜차이즈 기업의 배달을 대신해주는 것을 의미한다.

대표적인 예가 올리브영의 ‘오늘드림’과 스타벅스의 ‘딜리버리’다. 자사 앱에서 각각 화장품 및 음료를 주문하면 당일 배달해주는 서비스로 배달은 배달대행사가 맡는다. 지난해 부릉의 올리브영과 스타벅스 배달 물량은 전년 대비 각각 40%, 150% 증가했다. 오늘드림과 딜리버리를 찾는 소비자가 늘어나서다.

올리브영의 경우 화장품을 당일 배송해주는 오늘드림이 온라인 매출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화장품 배달은 부피도 작고 가벼워 한 번에 많은 물량을 싣고 여러 곳을 돌 수 있어 배달대행사 입장에서도 ‘황금 콜’로 불린다. 스타벅스, 맥도날드, 배스킨라빈스 등 대형 프랜차이즈도 배달앱에 입점하는 대신 자사 앱 강화에 나서면서 배달대행사가 이들의 물량을 확보하는 데 사활을 걸고 있다.

또 다른 배달대행사 바로고 역시 프랜차이즈와 비식음료 부문 등 다양한 B2B 배달 물량을 확보해 지난해 10월까지 35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전년도인 2023년 연간 매출(1684억원)보다 두 배 이상 급증한 수치다. 업계 관계자는 “부릉과 바로고가 B2B 배달 물량의 9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며 “대형 프랜차이즈와 협력할 경우 안정적인 물량 확보가 가능한 게 장점”이라고 말했다.
퀵커머스 2차 경쟁 본격화
배달대행사는 코로나19 확산 시기 배달 수요가 급격히 늘면서 큰 폭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엔데믹(풍토병화)에 배달의민족·쿠팡이츠가 라이더 수직 계열화에 나서면서 배달 건수가 크게 줄어 고사 위기에 내몰렸었다.

퀵커머스 수요 자체도 급증하고 있다. 과거 음식 배달에 머물던 퀵커머스 수요가 생필품, 화장품 등 다양한 품목으로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배달의민족 퀵커머스 플랫폼 장보기·쇼핑에는 GS더프레시, 이마트, 홈플러스, CU 등이 줄줄이 입점했다. 이 밖에 삼성스토어, 프리스비 전자랜드 등 디지털 브랜드는 물론 영풍문고 등도 입점했다. 전자제품, 도서까지 주문 후 한두 시간 이내 배달해주는 것이다.

무엇보다 올리브영, 스타벅스 등 대형 프랜차이즈들이 자사 앱에서 배달 서비스를 강화하며 퀵커머스 시장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 프랜차이즈들이 퀵커머스 배송망과 인프라를 갖추고 있는 배달대행사와 협업하며 시장을 키우고 있다는 분석이다. 독일 딜리버리히어로의 분석에 따르면 4년 전인 2021년까지만 해도 1조2000억원 수준이던 국내 퀵커머스 시장 규모는 올해 5조원으로 커질 것이란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퀵커머스 시장은 압도적인 강자가 없이 파편화돼 있었다”며 “배달의민족, 컬리 등 대형 유통 채널 위주로 운영되던 시장에 올리브영, 스타벅스 등이 뛰어들어 성과를 내며 2차 경쟁이 본격화된 모양새”라고 분석했다.

라현진/이선아 기자 raralan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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