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 전문가는 “AI 분야의 스푸트니크 모멘트”로 평가했다. 소련이 미국보다 먼저 인공위성을 쏘아 올린 데서 유래한 용어로, 기술 우위를 자신하던 국가가 후발 주자에게 역전당해 충격을 받는 상황을 의미한다. ‘AI는 거대 자본이 뒷받침하는 미국 빅테크의 독점시장’이라는 고정관념이 깨졌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딥시크가 A100, H100 등 엔비디아의 최신 AI 가속기 도움 없이 AI 모델을 개발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미국 정부는 중국의 기술 굴기를 막기 위해 2022년부터 해당 제품의 중국 수출을 막았다. 딥시크는 2023년까지 수입이 허용된 H100의 저사양 모델 H800만을 활용했다. 하드웨어의 한계를 소프트웨어 기술로 극복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미국의 수출 규제가 신기술 개발을 촉진한 중국식 궁즉통(窮則通)의 사례다. AI 가속기 시장의 독점 사업자인 엔비디아는 코너에 몰렸다. 지난 27일 이 회사 주가는 전날보다 16.97% 급락했다.
딥시크의 약진으로 신기술 전쟁에선 영원한 승자가 없다는 사실이 증명됐다. 천재급 공학자가 득시글대는 기술전쟁 시대엔 딥시크 같은 ‘블랙스완’(뜻하지 않은 변수)이 언제든 등장할 수 있다. 중국만 해도 ‘가성비 AI’로 유명한 알리바바를 비롯해 제2의 딥시크로 분류될 후보군이 즐비하다.
국내 AI 기업은 중국 기업의 전략을 적극적으로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딥시크의 R1은 오픈소스 모델로 누구나 사용할 수 있다. AI 신기술이란 산의 중턱까지 ‘포장도로’가 뚫렸다고 볼 수 있다. 나랏돈으로 엔비디아의 H100을 들여오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는 정부의 AI산업 정책도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인재 풀이다. 중국은 2022년 기준으로도 AI 연구자가 41만 명에 달한다. 미국(12만 명)의 세 배, 한국(2만 명)의 20배가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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