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민국이 드디어(?) 2024년 12월 23일, 65세 이상 인구가 20%를 넘는 초고령사회(超高齡社會, Super-aged Society)로 진입했다. 예상했던 것보다 너무 빨라서 세계적으로도 신기록으로 꼽힌다. 일반적으로 65세 이상 인구를 기준으로 7%가 넘으면 ‘이제부터 늙어간다는 의미’에서 고령화사회(高齡化社會, Aging Society)라고 부르는데 우리는 2000년에 시작되었다. 14%가 넘으면 ‘이미 충분히 늙었다는 의미’에서 고령사회(Aged Society)라고 하는데 우리는 2017년에 여기에 도달했다. 20%가 넘으면 ‘충분히 늙는 수준을 넘어버린(초월) 사회라는 의미’에서 초고령사회(Super-aged Society)라고 하는데 우리는 2024년에 초고령사회가 된 것이다. 다른 한편 65세 이상 고령 인구는 2025년 1000만 명, 2036년 1500만 명, 2045년 2500만명에 육박한다는 예측을 한다.
‘고령화-고령-초고령사회’로 진행되는 가장 큰 이유는 경제가 발전하면서 영양과 위생 상태가 좋아지고 보건과 의료 기술이 발전해 사회적으로 기대 수명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기대 수명이 늘어나면서 출산율까지 감소하면 사회가 늙어가는 속도는 점점 빨라진다. 저출산과 고령화의 진행은 거시경제를 침체시키는 요인 중 하나이다. 생산 주체인 젊은 인구가 감소하고 반대로 부양이 필요한 비경제활동인구가 증가하면 생산되는 재화와 용역의 부가가치가 감소되고 사회 전체의 활력이 떨어지게 된다. UN인구청(UNPD)의 2023년 발표 자료에 따르면, 2022년 초고령사회에 해당하는 국가는 일본, 이탈리아, 프랑스, 덴마크, 스페인 등 22개국이다. 앞에서 본대로 2024년에는 대한민국도 당당히(?) 초고령사회로 진입했다. 합계출산율이 2.1명이 돼야 인구수가 유지된다고 하는데, 2022년 합계출산율이 0.78명이며, 국가 단위 합계출산율이 0.7명대를 기록한 것도 세계 최초 사례라고 한다.
정부는 저출산 고령사회를 대비하는 다양한 정책을 내놓고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 붓고 있지만, 백약이 무효인 상황이다. 기대수명이 늘어나는 만큼 출산율이 높아지면 고령화의 속도가 늦춰질 수 있지만, 다양한 이유로 출산율은 계속 낮아지고 있다. 저출산의 사회적 원인으로는 노동시장 격차, 교육비 증가, 높은 주택가격, 일-가정 양립의 어려움 등이 거론되고 있다. 결국 경제문제로 돈이 많이 드는데, 애를 마음 놓고 키울만한 여유가 없다는 것이다. 문화적인 원인으로는 비혼이 늘어나고, 결혼하더라도 애를 낳지 않고 자신만의 인생을 즐기자는 풍조와 함께 맞벌이를 해야 하는 입장에서 아이가 걸림돌이 된다는 내용 등이 회자된다. 인구학적인 원인으로는 주출산여성 인구의 감소, 혼인율의 하락과 초혼 연령의 상승, 무자녀비율의 증가 등이 꼽힌다.
초고령사회를 잘 살아가는 지혜는 무엇일까? 거시적인 정책은 정부와 국회가 대안을 만들고 예산을 투입하면서 점차 해결해야 할 일이지만, 개인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오래 사는 것이 저주가 아닌 축복이 되도록 미리미리 준비해야 한다. 첫째는 건강해야 한다. 평균수명이 늘어난 만큼 건강수명을 늘리려는 노력이 가장 중요하다. 건강하지 않으면 사는 게 힘들어지고 삶의 의욕도 사라진다. 건강에 해로운 생활습관을 버리고, 노화속도를 늦추려는 노력도 해야 한다. 정기적인 건강진단을 통해 질병 예방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물론이고 건강한 먹거리를 챙겨먹는 지혜도 필요하다. 규칙적인 운동을 통해 몸의 활력을 유지하고, 명상이나 긍정적인 사고를 통해 정신적인 건강을 돌봐야 한다.
두 번째는 일을 즐겁게 해야 한다. 현대인에게 일은 소득을 창출하는 가장 중요한 방법이다. 회사를 경영하든, 노동자로 노동을 제공하든, 자영업자이든, 일을 통해 돈을 벌고 삶의 의미를 찾아내야 한다. 일이 없는 사람들은 시간을 죽이기 위해 노력하지만, 일이 있는 사람들은 시간을 돈으로 바꾼다. 일은 소득뿐만 아니라 인생에서 의미와 재미를 주는 요인이기도 하다. 가끔은 일을 통해 보람을 느끼기도 한다. 일은 자존감의 원천이 되기도 한다. 일은 인간관계의 연결고리가 되기도 하고, 삶의 활력소가 되기도 한다. 젊을 때 노후자금을 두둑하게 만들어둔 사람들은 자신만의 취미생활을 즐기거나 새로운 즐거움을 찾기도 한다. 일을 하면서 국민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의 3층 연금을 미리 준비한 사람이 여기에 포함된다. 금수저로 태어나 부모로부터 재산을 넉넉하게 물려받은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아니면, 주식이나 부동산 투자를 통해 자산소득을 늘린 경우도 있다. 회사에 다니며 종잣돈을 모아 경제적 자유를 누리는 사람도 있고, 일찌감치 시골살이나 산골살이를 시작해 자신만의 인생을 사는 러스틱라이프까지 여기 해당된다.
젊을 때 노후자금을 만들지 못한 사람들은 ‘평생현역’으로 죽을 때까지 일을 해야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또한 개인사업이 가능한 전문 자격증을 갖고 단골고객을 확보한 사람들도 즐겁게 평생현역으로 활동한다. 특별한 기술이나 역량이 있어 기업이 정년 이후에도 계속 고용하고 싶은 직장인도 있다. 건강이 허락하는 한 계속 일할 수 있는 농부, 어부, 임업인도 평생현역에 포함된다. 더 나아가 돈 생각하지 않고 봉사활동이나 사회활동을 하는 사람들도 여기에 포함된다.
100세 시대라고 하는 초고령사회를 살아가는 방식은 각자 다를 수 있지만, 유유자적하든 평생현역이든 건강이 최고의 자산이다. 건강해야 잘 노는 것도 가능하고, 건강해야 일하는 것도 가능하다. 그러니 이미 현실이 된 ‘초고령사회’에서 꼭 필요한 덕목인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 생각하고 행동하는 삶을 살아보자.
<한경닷컴 The Lifeist> 구건서 심심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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