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AI) 챗봇에 AI무역청까지. 전국의 지방자치단체들이 행정 업무를 보는 AI의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AI시스템을 구축하는 과정에서 예산 분배를 위한 기준, 정보 보호를 위해 확인할 보안 항목 등 탄력적 대응이 가능한 인프라가 마련되지 않으면 자칫 '반짝 효과'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자체들의 AI기술 활용이 점점 다각화하고 있다. 31일 경기 수원시는 '수원형 중소기업 AI 무역청'을 열고 이를 이용할 기업 50곳을 받는다고 밝혔다.
수원형 중소기업 AI 무역청은 AI 기술을 활용해 무역 관련 업무처리를 단순화·자동화하는 플랫폼이다. 플랫폼 내에서 수출마케팅용 이미지도 만들고, 외국어 서신·계약서·회사소개서 등 무역 과정에서 필요한 행정 서류를 만들 수 있다. 또 수출 전략 컨설팅까지 받아볼 수 있을 예정이다. 내달 3일~3월 7일까지 선착순으로 모집한다.
서울시는 지난 30일 공공데이터 기반의 생성형 AI챗봇을 사용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시 공공데이터 내에 있는 정보를 AI챗봇을 거쳐 쉽게 사용하거나 가공하는 방식이다. 또 내년까지 서울 모든 지하철역에 인공지능 폐쇄회로텔레비전(AI CCTV)를 설치해 돌발 사고 관리를 자동화하기로 했다. 특히 24시간 멈춤 없이 안전관리를 할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경남도는 올해만 예산 11억원을 들여 '산불 예방 ICT플랫폼'을 구축했다. AI가 산불 감시카메라 188대 영상을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산불로 인한 연기나 불꽃이 나면 바로 산불 발생을 알려주는 플랫폼 체계다.
한 기초단체 관계자는 "업무 자동화로 비용을 줄이고, 부족한 인력 대신 AI가 실시간으로 쉬지 않고 작업을 하고, 업무 지능화로 비용 대비 일 효율성까지 올릴 수 있다"며 "반복적인 민원에도 지치지 않고 응대할 수 있어 주민과의 상호작용에 긍정적이라는 시선도 많다"고 했다.
AI기술이 시시각각 변화하는 가운데 정보 보호의 중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자체별 AI서비스를 구축하는 예산 배분의 기준, 그리고 보안을 고려한 최소한의 점검 기준을 마련해서 이후의 정책 수립 과정에 다시 적용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취지다.
이날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은 자체 발간한 '해외 지자체의 AI활용 사례와 도입 과제' 보고서를 통해 '지자체별로 무턱대고 AI를 활용할 것이 아니라, 활용하려는 분야에서 AI를 도입했을 때 어떤 부분이 효율화되는지 그 효과를 객관적으로 측정하고 이에 맞춰 예산을 배분할 정량적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또 대시민 서비스부터 지자체 공무원들이 내부적으로 사용하는 네트워크까지 AI 적용 사례가 늘면서 보안의 중요도는 점점 높아지는 반면, 지자체 차원의 전문 인력과 기술적 지원 투자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평가도 있다.
NIA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런던 해크니구는 아동 보호를 위한 AI활용 프로파일링 시스템을 시험 운영했고 실제 아동 보호 효과도 냈지만, 정보공개 투명성이 떨어지는 문제를 해소하지 못해 시스템 운영을 중단해야 했다.
국내 지자체 다수는 '4차 산업혁명 촉진에 관한 조례'나 '인공지능산업 육성 및 지원 조례'에 AI관련 내용을 담고 있다. 해당 조례들은 주로 지자체 내 인공지능 산업 육성과 발전을 지자체장의 책무로 정하거나, 인공지능산업 육성위원회를 정의하는 등의 내용 위주로 구성됐다.
일부 지자체는 최근 사후 평가나 보안대책 마련 등의 내용을 명시한 조례를 시행하기 시작했다. 경기도, 전남 신안군 등이 대표적이다.
경기도는 지난 20일부터 행정의 효율성과 생산성 증대, 업무 자동화 등 관련 내용을 담은 '경기도 인공지능행정 구현에 관한 조례'를 시행 중이다. 도는 해당 조례의 마지막 항목에서 '도지사가 매년 AI행정 구현 관련 사업 도입 및 운영 현황을 평가해 다시 AI행정 정책을 수립할 때 반영해야 한다'고 적고 있다.
전남 신안군도 '인공지능 기반 행정 구현에 관한 조례'를 지난달 31일부터 시행하고 조례 항목 중 하나로 '보안대책'을 제시했다. 해당 조항은 신안군수가 AI시스템이나 서비스 구축 과정에서 주요 자료와 정보의 안전한 관리를 위한 보안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최병호 고려대 인공지능연구소 소장은 "AI기술이 너무 빠르게 발전할 뿐 아니라 해킹 등 내부 정보의 보안에 영향주는 환경 변수도 다양하다"며 "지자체별로 변화에 따라 비용 추경을 하거나, 관련 조례 등을 수정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조례를 점검하거나 전문가 위원회에서 제언을 하는 '열린 구조' 만드는 작업이 필수적"이라고 했다.
오유림 기자 ou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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