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딥시크가 내놓은 ‘가성비 인공지능(AI)’이 국내 증시를 뒤흔들고 있다. 중국 AI 산업이 커지면서 이득을 볼 것으로 예상되는 기업들 주가는 일제히 치솟은 반면 그간 상승세가 뚜렷했던 전력인프라주는 나란히 내리막을 탔다.
GRT는 개장 직후 가격제한폭(29.92%)으로 직행해 4255원에 장을 마감했다. 이 기업은 반도체 제조 공정 중 웨이퍼 절단 과정에 쓰이는 보호 필름 등 정밀 코팅 기능성 소재를 생산한다. 연결매출의 99%가량이 중국에서 발생한다. 작년엔 딥시크의 파트너사로 알려진 중국 AI 서버업체 낭조정보와 9000만위안(약 180억원) 규모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이날 엠케이전자(29.97%), 피델릭스(29.96%)도 급등했다. 반도체 설계기업(팹리스) 피델릭스는 중국 동심반도체가 최대주주(지분율 30.2%)로 중국 최대 반도체 생산기업 SMIC과 협력관계를 맺고 있다. 엠케이전자는 중국 쿤산을 거점으로 현지 반도체 후공정업체에 소재를 공급한다.
인스웨이브시스템즈(22.68%), 솔트룩스(18.16%), 이스트소프트(11.47%) 등 중소중견 SW 기업 주가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그간 AI 사업 투자 규모에 비해 마땅한 수익모델을 찾지 못해 주가가 지지부진했던 네이버(6.13%), 카카오(7.27%)도 상승세를 탔다.
AI 데이터기업 플리토는 주가가 가격제한폭인 29.91%까지 올랐다. 이 기업은 수집·정제한 언어 데이터를 IT기업에 판매한다. AI 사업에 도전하는 기업들이 늘어날 수록 고객사가 많아지는 구조다.
AI·데이터센터발 전력 수요가 기존 예상보다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 까닭에서다. 그간 미국 빅테크는 고성능 반도체칩과 서버를 가동하며 막대한 전력을 소비해왔다. 반면 중국 딥시크는 AI 연산 방식을 효율화해 상대적으로 저성능인 반도체칩을 가지고도 챗GPT AI와 맞먹는 성능을 낼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AI 연산량이 감소하면 반도체칩과 AI 서버가 소비하는 전력량도 그만큼 덜 필요할 수 있다는 게 일각의 논리다.
반면 금융투자업계와 AI 업계 전문가들은 반대로 보는 분위기다. 전력을 덜 쓰는 AI 모델로는 작은 디바이스에서 AI 서비스를 구현하기가 더 용이할 수 있다. 이로 인해 AI 서비스는 오히려 더 빨리, 더 많이 확산해 전체 전력 수요가 늘어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정연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AI 설비투자(CAPEX) 확대 기조가 지속되고 있는 만큼 전력 인프라 산업의 장기적인 수혜 시나리오는 유효하다”며 “딥시크의 등장은 오히려 AI 투자 경쟁을 치열화해 미국 안팎에서 AI 인프라 투자 속도가 빨라지는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이종욱 삼성증권 연구원은 “딥시크의 발표로 일부 조정을 받는 종목은 누적된 주가 밸류에이션 부담과 거시 변수 우려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조정기를 거치는 것일 뿐”이라며 “다음주 구글과 아마존 등 주요 기업의 실적 발표와 설비투자(CAPEX) 가이던스가 투자 심리 관건이 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일부 ‘딥시크 관련주’는 테마성 움직임을 보이는 점도 주의 요소란 지적이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개인투자자의 학습 효과로 주가가 급등락하는 종목이 몇 개로 굳어졌다”며 “언제 차익 실현이 몰릴지 예측 불가능해 투자 난도가 높아졌다”고 말했다.
선한결/이시은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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