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노동이란 의미가 없거나 실질적인 가치를 창출하지 못하는 노동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안건이 불명확한 회의를 잡거나 특별히 봐줄 사람이 없는 보고서를 작성하는 일 등이다. 가짜 노동은 겉보기에 무언가를 하는 것처럼 바빠 보인다는 점에서 빈둥거림과 큰 차이가 있다. 사무직은 원하든 원치 않든 가짜 노동이 불가피하다. 이름만 들어도 찜찜한 가짜 노동, 왜 필요한 걸까.첫째, 임금이 근로 시간을 기반으로 책정되기 때문이다. 연중 업무가 고르게 바쁜 것은 아닌데 주 혹은 월별로 채워야 할 근로시간은 고정적이다. 기업 규모가 커질수록 연말 성과평가부터 연초 인사이동까지 기간이 상당히 한가하고 어수선하다. 어차피 평가에 들어가지도 않을 업무인 데다 다음해에 업무 방향성이 바뀔 수 있어서다. 그럼에도 최소 주 40시간을 채워야 하기에 워크숍, 경쟁사 조사 등 시간을 잘 보낼 방법을 궁리한다. 그렇다고 “일 없으니 쉬다 와”라며 무급휴가를 보내버린다면? 가짜 노동을 줄인 사장만 기뻐할 수도 있다. 필자가 인턴으로 근무하던 스타트업에서 비슷한 일을 경험했다. 12월 31일까지 계약했는데 12월 초 복지 차원에서 연말 (무급) 휴가가 신설됐다고 안내받았다. 그 결과 근무일이 12월 24일까지로 단축돼 월급에서 31분의 24만 입금됐다.
둘째, 바빠 보이는 게 본인에게 이득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흔히 바빠 보이는 사람을 능력 있는 사람으로 착각한다. 할 일 없이 한가해 보이는 사람은 한량 혹은 회사 내에서 밥·월급을 축내는 한심한 잉여 인간으로 여길 때가 있다. 한가해 보이는 사람에게 일을 더 얹어준다. 능력 있는 사람이 같은 일을 더 빨리 쉽게 처리할 수 있어도 일을 더 받기 싫어 가짜 노동이라도 하게 되는 악순환이 발생한다. 너무 한가해 보였다가는 무급휴직, 더 나아가 해고를 당할 수 있다. 근로자의 자리를 보전하고 유능함을 인정받기 위해 어느 정도의 바빠 보이는 척이 필요하다.
요즘 글로벌 기업에서는 가짜 노동을 근절하기 위해 노력하는 추세다. 예를 들어 넷플릭스는 구성원의 회의 시간에 제한을 뒀다. 15~30분 내로 끝나는 스탠드업 미팅을 도입한다거나 주간·월간 보고를 비대면 문서나 슬랙(slack) 등의 협업 도구로 대체하는 식이다. 아마존은 파워포인트 보고를 금지하고, 6쪽 이내 서면 문서만 사용한다. 보고서 작성을 줄이기 위해서다.
아무리 필요해서 하는 일이라지만 가짜 노동은 말 그대로 가짜일 뿐이다. 가짜 노동을 지속하면 근로자는 ‘나는 쓸모없는 일을 하는 쓸모없는 사람인가?’ 하는 현타(현실을 자각하며 느끼는 허탈감, 공허함)를 피할 수 없다. 근로자 본인의 자존감과 성취감을 위해서라도 가짜 노동은 근절돼야 한다. 가짜 노동과 진짜 노동은 빛과 그림자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가짜 노동이 빛을 볼수록 진짜 노동을 할 이유가 줄어든다. 진짜 노동의 가치가 합당하게 책정돼 보상받을 때 비로소 가짜 노동은 그림자 속으로 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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