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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영의 교실, 그리고 경제학] 무시당하지 않으려면 공부하라고?

입력 2025-01-31 17:56   수정 2025-02-01 00:06

“커서 무시당하지 않으려면 열심히 공부해.”

부모님이나 선생님, 주변 어른들에게 한 번쯤 들어본 말이다. 또 어쩌면 자녀에게 무심코 내뱉는 말일지도 모른다. 조금 힘들더라도 열심히 공부하라고 격려하기 위해서 하는 말일 게다. 하지만 이 말은 공부 못 하면 무시당해도 된다는 걸 내포한다. 무시당하지 않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는 아이들. 한국이 유난히 ‘갑질’ 문화가 만연한 원인 중 하나가 되는 건 아닐까.

공부 잘해서 좋은 대학에 가고 좋은 직업을 가질 거라는 아이들. 좋은 직업이 뭐냐고 물어보니 ‘몸을 안 쓰는 직업’이란다. 하고 싶은 일이나 내게 의미 있는 일보다 남이 볼 때 그럴듯해 보이는 직업을 좋은 직업으로 여기는 것 같아 씁쓸하다. 자녀가 친구를 사귀면 그 친구는 어디에 사는지, 공부는 잘하는지, 부모님은 어떤 일을 하는지 묻는다. 부모의 표정에서 아이들은 무언가를 눈치챈다. 자녀에게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는 친구를 사귀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말이지만 여기서부터 걸러내기가 시작된다. 어느 곳에서든 급을 나누고 나보다 못하면 무시한다. 급이 맞는 아이들끼리 반을 만들어 학원에 다니고, 맞지 않는 아이가 들어오려 하면 배척한다.

연휴 동안 2018년 방영된 드라마 ‘나의 아저씨’를 다시 봤다. 대기업에 다니다 명예퇴직한 큰형과 유망 영화감독으로 떠오르던 막내가 함께 청소업을 한다. 큰형이 쓱쓱싹싹 계단 청소 중인데 건물주가 올라온다. 건물주 발에 청소 솔이 걸리적거렸는지 대뜸 화를 낸다. 소리를 지르고 무릎을 꿇린다. 갑질도 이런 갑질이 없다. 아마도 건물주에게 청소부는 무시해도 되는 대상이거나 화풀이를 해도 되는 만만한 존재였을 것이다. 그런 그가 권력자 앞에서는 꼼짝하지 못한다. 삼형제 중 둘째, 매의 눈을 가진 건축구조기술사 눈에 부실 공사와 뒷돈이 딱 걸린 것이다. 바로 꼬리를 내리고 사과한다. 약한 자 앞에서 강하고 강한 자 앞에서 약한 못난 모습이다.

무시해도 되는 사람은 없다. 서로 존중받고 존중할 대상만 있을 뿐이다.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그 안에서 즐거움을 느끼고 보람을 느끼면서 돈도 벌면 좋겠다. 물론 사람마다 돈이 필요한 정도가 다르고 만족을 느끼는 분야도 다를 것이다. 목표를 가지고 열심히 사는 건 좋다. 하지만 명문 대학이나 남들에게 그럴듯한 직장, 높은 연봉과 많은 자산이 인생 목표가 되지는 않았으면 한다.

간혹 사회적 직책을 자신의 정체성으로 여기는 사람들을 본다. 본연의 일에서 얻는 보람과 성취보다는 직장 내 승진을 위한 평가에 에너지를 쏟고 그로 인해 얻은 직책을 자신의 정체성으로 여기고 권력을 과시한다. 드라마에서 건물주가 그랬듯 만만한 누군가를 자신의 스트레스 해소 대상으로 삼아 트집 잡는다. 그런 사람일수록 그 자리가 사라질 때 느끼는 공허함은 클 것이다. 그들에게 은퇴는 곧 사회적 죽음이 되지 않을까. 사회적 성공이란 정상에 달려갔다가 사회적 죽음을 맞이하는 교육보다는 천천히 인생 산책을 즐길 수 있게 돕는 교육으로 나아갔으면 한다.

김나영 서울 양정중 사회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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