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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자칼럼] '영원한 청년' 슈베르트

입력 2025-01-31 17:44   수정 2025-02-01 00:12

작곡가 프란츠 슈베르트의 음악에서 ‘선한 청년’의 모습을 떠올리는 이가 적지 않다. 거친 운명에 맞선 베토벤, 중후한 브람스의 음악과는 구별되는 그만의 ‘결’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35세에 요절한 모차르트보다 더 이른 나이(31세)에 세상을 뜬 점도 이런 인식에 힘을 실었다. “음악은 여기에 소중한 보물보다 더 귀한 희망을 묻었다”는 그의 묘비명에선 미처 다 피지 못한 청춘을 향한 안타까움이 느껴진다.

슈베르트가 남긴 600여 가곡 곳곳에선 ‘젊은이의 감성’을 접할 수 있다. 연인에게 “이 세상 모든 아름다움을 그대가 가졌다”(‘실비아에게’)며 달콤하게 노래하고, 팍팍한 삶에 좌절해선 “지금 세상은 슬픔으로 가득 차고, 길은 눈으로 덮였네”(겨울나그네 중 ‘안녕’)라고 푸념하는 식이다. 또 “아버지 마왕이 보이지 않으세요. 왕관을 쓰고 망토를 두른 마왕이?”(‘마왕’)라는 절규로 기성세대가 간과한 사회 부조리를 고발한다.

슈베르트의 삶은 ‘패배자’에 가까웠다. 키가 150㎝를 간신히 넘은 탓에 ‘꼬맹이 버섯’이라는 별명으로 불렸다. 제대로 된 직업도 없이 친구 집을 전전했다. 작품은 대중의 무관심 속에 제대로 출판도 되지 못했다. 대표작 ‘미완성 교향곡’ 역시 그의 사후 40년 뒤 발견됐다. 당대에 철저하게 ‘무명’이었지만 슈베르트는 끊임없이 자신을 갈고닦은 끝에 998곡의 불멸의 작품을 남겼다.

고단했지만 빛나는 성과를 남긴 ‘청년’ 슈베르트의 삶이 오늘날 한국 사회 젊은이에게 전하는 메시지가 작지 않아 보인다. ‘젊음’이란 태생적으로 고될 수밖에 없다. 모든 것을 다 가지고 출발하는 삶은 없다. 청년의 경제·사회적 기반이 미약한 것은 전 세계적인 ‘공통 현상’이다. 성공을 이루는 길은 도전과 노력, 축적의 반복이라는 단순하면서도 지루한 법칙에서 벗어날 수 없다.

어제 슈베르트가 생일(1797년 1월 31일)을 맞았다. 그의 가곡 한 구절을 사회 출발선에 선 청년들에게 ‘동년배’가 전하는 격려 삼아 읊어보길 권해본다. “난 여행을 떠날 때를/고를 수는 없지만/내 길을 찾아야 하네/이 어둠 속에서”(겨울나그네 중 ‘안녕’)

김동욱 논설위원 kimd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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