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3년부터 비슷한 규정인 ‘EU 기업 지속가능성 보고 지침(CSRD)’을 시행한 유럽연합(EU)도 규제 완화 요구에 시달리고 있다. 글로벌 정유회사 엑슨모빌은 “유럽의 과도한 환경 규제가 투자를 가로막고 있다”며 “탄소포집(CCS)·수소사업 투자금 30억유로(약 4조3000억원)를 대부분 미국으로 돌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EU의 주요 산업·소비재·에너지 기업이 속한 유럽산업원탁회의(ERT)는 “복잡하고 불명확한 규제가 기업 경영을 어렵게 한다”며 규제 완화를 촉구했다.
EU 회원국 정부도 비슷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EU 집행위에 “EU CSRD 시행을 최소 2년 연기해 달라”고 건의했고, 프랑스 정부는 금융 지침과 화학물질 규제 유예를 요구했다. 이에 대해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지난달 “지나친 행정 절차로 기업들이 유럽 투자를 보류하고 있다”며 “지속가능성 규제를 대대적으로 간소화할 것”이라고 했다.
글로벌 영업망을 둔 주요 기업들은 올 상반기로 예정된 금융위의 로드맵 발표를 트럼프 정부 입장이 완전히 정리될 때까지 미뤄야 한다고 요구했다. 과도한 공시 의무를 선제적으로 부과해 산업계의 발목을 잡기보다는 주요국의 정책 변화와 시행착오 등을 살펴본 뒤 도입 일정, 범위를 정하자는 얘기다.
국내 시가총액 상위 30위권 기업의 한 공시 담당자는 “제조업 비중이 높은 한국은 ESG 공시를 미리 도입하는 게 오히려 손해”라며 “유럽이 주도하는 ‘ESG 무역장벽’에 한국이 굳이 앞장설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트럼프 2.0 시대에도 ESG 트렌드가 여전히 유효할 것이란 의견도 적지 않다. 이동석 삼정KPMG ESG비즈니스그룹 리더(부대표)는 “ESG에서 ‘E’(환경)가 일부 후퇴하더라도 큰 틀에서 기업의 ESG 경영 흐름 자체는 유지될 것”이라며 “다만 미국 기업들이 현지에서 어떻게 전략을 수정하는지 면밀하게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호섭 한국CCUS추진단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화석연료 생산을 확대하겠다고 밝혔지만 엑슨모빌 등 글로벌 에너지 기업의 CCS 투자는 이어질 것”이라며 “국내 기업도 CCS 등 분야에서 새로운 기회 발굴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했다.
선한결/이혜인/김리안/최다은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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