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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칼럼] 미국 보호무역주의의 뿌리

입력 2025-02-03 17:24   수정 2025-02-04 00:10

제1차 세계대전 동안 전쟁을 치르던 유럽 국가들은 미국을 비롯한 세계 여러 나라에서 식량을 수입했다. 이로 인해 많은 농업국가가 호황을 누렸다. 하지만 전쟁이 끝나고 유럽 국가들이 농업을 재개하자, 과잉생산 문제로 농업국가의 농민은 어려움을 맞게 됐다.

농산물 가격 하락 문제를 해결하라는 요구가 거세지면서 미국 의회는 1922년 포드니-매컴버 관세를 도입한다. 하지만 이런 조치만으로 근본적인 문제가 충분히 해결되지 않자 관세를 더 높이려는 움직임이 일어났다. 그런데 여러 가지 제품의 생산자들이 하나둘씩 이런 움직임에 올라타 관세 인상을 통해 자기들이 생산하는 제품의 보호를 강화하려고 했다. 그 결과 1930년 7월 시행된 관세법에는 2만 종이 넘는 상품에 높은 관세가 부과됐고, 평균 관세율은 미국 역사상 가장 높은 60% 수준에 달했다. 이것이 그 유명한 스무트-홀리 관세다.

스무트-홀리 관세에 대한 논의는 1929년 말부터 시작된 세계 대공황과 직접적으로 상관이 없는 이유로 시작됐다. 그러나 이 관세는 세계 대공황에 큰 영향을 미쳤다. 금융시장이 동요하고 세계 경기가 위축되기 시작하는 시점에서 미국이 강력한 보호주의 정책을 시행하자, 다른 나라들은 보복 관세를 도입했다. 가장 대표적으로 영국은 1932년 모든 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는 일반관세 정책을 실시했다. 각국은 금본위제 탈퇴와 보호무역 정책을 통해 몇몇 국가 혹은 식민지만으로 교류를 제한하는 블록경제 체제로 전환했고, 이런 정책들은 세계 경제 침체와 맞물리며 국제 무역을 크게 위축시켰다. 그 결과 1930년대 말에는 국제 교역량이 이전 해와 비교해 3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날 무렵 세계 각국 정부는 대공황과 같은 비극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새로운 세계 경제 질서를 논의했다. 당시 정책당국자와 학자들은 보호무역이 대공황을 심화시킨 주요 원인이라고 여겼기 때문에 자유무역 체제를 공고히 하는 새로운 무역 질서를 추구했다. 하지만 무역 질서와 관련한 논의와 상설기구 설립은 매우 더디게 진행됐다. 마침내 1990년대 세계무역기구(WTO)가 설립됨으로써 자유무역 체제가 완성되는 듯했다.

그러나 WTO는 여러 가지 문제로 세계 경제 발전의 토대를 제공하리라는 희망을 뒷받침하지 못했다. 미국의 경우 중국의 WTO 가입 이후 저가의 중국 제품이 밀려들어 오자 제조업이 큰 타격을 입었고 수많은 노동자가 일자리를 잃게 됐다. 얼마 전 미국 부통령으로 취임한 JD 밴스는 2016년 펴낸 자신의 회고록 <힐빌리의 노래>에서 미국의 대표적 공업지대인 중서부 지역 노동자들이 처한 어려움과 고통을 생생하게 묘사했다. 비록 이 책은 그가 이런 난관을 극복한 과정을 다뤘지만, 대부분의 노동자는 그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도널드 트럼프는 그들의 분노와 지지를 기반 삼아 2016년에 이어 2024년에 또다시 민주당 후보를 누르고 미국 대통령에 당선됐다. 그리고 자신의 핵심 지지자들에게 보답이라도 하듯 대통령에 취임하자마자 의회를 건너뛰고 멕시코와 중국에 관세를 부과했다.

대공황 당시 각국이 도입한 보호무역 정책은 국제 무역을 위축시켰지만, 국내 생산을 늘려 해외로부터의 경기 침체 충격을 완화하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었다. 하지만 현재 세계 경제 상황은 100년 전처럼 경기가 악화되고 있지 않으며, 미국발 보호무역 정책은 세계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농후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인상이 미국 경제에는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하지만, 그의 주장은 특정 효과를 과장해서 강변할 뿐 관세 효과를 전체적으로 고려할 때는 타당하지 않은 내용이 대부분이다.

우리는 트럼프 2기 정부 정책이 비합리적임을 인식하고 비판함과 아울러 그가 이런 정책을 고집하는 이유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누구이고, 어떤 이유에서 보호무역 정책을 지지하는지 말이다. 쉽지 않겠지만 그들이 직면한 문제를 해결할 합리적인 방안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 만일 이 문제가 개선되지 못한다면 4년 뒤 또 다른 트럼프가 나와서 동일한 노선을 더 강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트럼피즘에 대한 대응만큼이나 그 뿌리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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