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2024시즌이 마무리되자 한국 여자골프를 둘러싼 우려의 목소리는 그 어느 때보다 커졌다. 지난해 한국 선수들이 LPGA투어에서 거둔 우승은 단 3승. 2011년 이후 13년 만에 가장 적은 승수를 기록했다. 2021년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세대교체가 중단돼 한국 여자골프의 침체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이 나왔다.
2025년 ‘K자매’들이 LPGA투어에서 부활을 알렸다. ‘긍정 에너지’ 김아림(30)이 시즌 개막전 힐튼 그랜드 배케이션스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총상금 200만달러)에서 4라운드 모두 선두를 지킨 끝에 시즌 첫 승을 거뒀다. LPGA투어 개막전에서 한국 선수가 우승한 것은 2019년 지은희 이후 6년 만이다.
시즌 개막전에서 짜릿한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으로 투어 3승을 완성한 김아림은 환하게 웃으며 외쳤다. “정말 재밌었고, 행복하다. 그리고 몹시 배가 고프다!”
이번 대회는 김아림에게 특히 의미 있는 무대였다. 경기 침체가 지속되고 LPGA투어에 대한 국내의 관심이 떨어지면서 수많은 LPGA 선수가 메인 스폰서를 구하지 못한 채 시즌을 맞았다. 김아림 역시 그중 한 명이었다. 그의 후원사였던 한화큐셀이 골프 사업에서 손을 뗀 이후 새로운 모자를 찾지 못했다.
하지만 김아림은 위축되지 않았다. “빈 모자보다는 내가 좋아하는 모자를 쓰겠다”며 당당한 모습을 지킨 그는 시즌 개막을 1주일 앞두고 코스메틱 브랜드 메디힐과 극적으로 계약을 체결했다. 대회 개막에 임박해 계약이 이뤄져 김아림은 옷에 후원사 로고를 강력 테이프로 붙였다. 그의 우승 기념 사진에서 상의의 메디힐 로고가 군데군데 들떠 있는 이유다.
하지만 김아림은 흔들리지 않았다. 코르다보다 한 조 뒤에서 경기한 김아림 역시 15·16번홀 연속 버디로 응수하며 2타 차이로 달아났다.
마지막 18번홀(파4), 코르다는 7m 버디 퍼트를 잡아내며 1타 차로 바짝 따라붙었다. 김아림은 “그의 버디를 보고 ‘오, 버디했네! 나도 버디해야겠다’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다짐한 대로 마지막 홀에서 중거리 퍼트를 성공시킨 김아림은 주먹을 불끈 치켜들며 기쁨을 만끽했다.
전 세계랭킹 1위 고진영도 이번 대회에서 기분 좋게 시즌을 시작했다. 이날 경기에서 보기 없이 버디만 7개 잡아낸 고진영은 14언더파 274타로 이민지(호주)와 공동 4위에 올랐다. 김효주는 8언더파 280타로 공동 10위를 기록했다. 톱10에 한국 선수 3명이 이름을 올리며 올 시즌 한국 여자골프의 반격을 예고했다. 올해부터 LPGA투어로 무대를 옮긴 윤이나(22)는 6일부터 열리는 파운더스컵에서 데뷔전을 치른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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