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산보다 압축이 대세"…집중투자 ETF 뜬다

입력 2025-02-03 17:57   수정 2025-02-04 00:27

자산운용사들이 소수 종목에 집중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를 잇달아 내놓고 있다. 특정 산업의 대표 종목 비중을 크게 높이거나, 한 종목만 담고 나머지를 채권으로 채우는 식이다.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키움자산운용은 이달 단일 종목 ETF인 ‘KIWOOM 엔비디아 미국30년국채혼합 액티브’와 ‘KIWOOM 팔란티어미국30년국채혼합액티브’를 내놓을 예정이다. 두 상품 모두 주식은 엔비디아 팰런티어 등 한 종목만 담고, 나머지는 만기가 30년 남은 미국 국채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변동성이 큰 주식 수익률에 따라 전체 ETF 수익률이 결정되는 구조다. 지난달 말 상장한 ‘신한 SOL 화장품TOP3 플러스’는 아모레퍼시픽 코스맥스 실리콘투 세 종목에 집중 투자한다. 전체 포트폴리오에서 세 종목이 차지하는 비중이 60%를 넘는다.

올 들어 소수 종목 ETF 출시가 이어지는 건 투자자 사이에서 변동성을 줄인 분산형 상품보다 변동성은 크지만 예측이 맞을 때 큰 수익을 거둘 수 있는 상품 선호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주식시장에서도 ‘SOL 조선TOP3플러스’ ‘ACE 미국빅테크TOP7 Plus’ 등 소수 종목에 집중 투자하는 상품이 4000억원 이상 자금을 끌어모으며 선전했다. 한 자산운용사 ETF담당 임원은 “시장 지수형이 아니라 테마형 상품을 선택하는 투자자들은 테마가 주목받을 때 단기에 높은 수익을 원하는 특성이 있다”며 “같은 테마에서도 소수 종목에 집중해 수익률이 더 높은 ETF로 자금이 몰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과거엔 압축형 ETF가 많지 않았다. 2022년 8월 이전만 해도 자산별로 최소 10개 종목을 담아야 했기 때문이다. 주식과 채권을 혼합하려면 주식 10종목, 채권 10종 이상을 섞어야 하는 식이었다. 규정 변경 이후에는 주식과 채권을 합쳐 10종목 이상에만 분산하면 ETF를 상장할 수 있다.

운용사 관계자는 “주식 변동성이 채권보다 크기 때문에 상품의 수익률이 사실상 주식에 의해 결정되는 구조”라며 “개별 해외 주식을 담을 수 없는 연금계좌에서 특정 종목 투자를 늘리고 싶어 하는 투자자도 소수 종목 ETF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했다.

나수지 기자 suj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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