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여행지 비용이 너무 비싸요. 연휴도 긴 데 내 돈 쓰고 마음 편히 해외 다녀올래요."
최장 9일에 달하는 '황금 설 연휴'에 해외로 떠난 여행객 수가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나 부산 등 국내 주요 여행지의 서비스, 물가 등에 대한 불만이 터져 나오면서 여행 수요가 전부 해외로 쏠린 것이다. 정부가 내수 부양책으로 임시공휴일까지 지정했지만 국내 여행 기피 현상과 맞물리면서 정책 효과를 덜 봤다는 분석이 나온다.

3일 인천국제공항공사에 따르면 설 연휴였던 지난달 24일부터 이달 2일까지 인천공항을 이용한 여행객(출발·도착 여객 포함)은 218만9778명이었다. 이들 중 국제선 이용객은 217만6469명으로 전체 여행객의 99.3%에 달한다. 앞서 지난달 26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제시한 인천공항 이용객 예측치인 214만1101명보다도 2.27% 웃도는 수치다.
하루 평균 이용객 수는 21만8978명으로 개항 이후 역대 명절 연휴 중 최대를 기록했다. 작년 추석 연휴(20만4480명)와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설 연휴(20만2085명)의 일평균 여객 수를 앞질렀다.
반면 국내선 항공편을 이용해 제주 등 국내 여행지를 찾은 여행객은 예년보다 줄었다. 해외여행에 대한 선호가 짙어진 탓이다. 이날 국토교통부 항공 통계에 따르면 설 연휴 첫 3일에 해당하는 지난달 25~27일 국내선을 이용한 여행객은 전체 여행객의 35% 수준인 47만392명으로, 전년 대비 9.36% 줄었다. 작년 설 연휴 시작 기간인 2024년 2월 9~11일에는 51만8980명이 국내선을 이용했으며, 전체 여행객 수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42%에 달했다.
'엔저' 현상이 이어지면서 일본 여행의 인기는 이번 설 연휴에도 식을 줄 몰랐다. 공사의 설 연휴 국가별 출발 여객 통계에 따르면, 일본으로 떠난 여행객 수는 27만6237명으로 전체 국가 중 1위를 차지했다. 2023년 설 연휴 8만3599명, 작년 설 연휴 12만2778명이 일본으로 향한 것에 비하면 2년 새 230.4% 급증한 수치다.
최근 설 연휴를 맞아 일본 후쿠오카로 골프 여행을 다녀온 30대 직장인 김모 씨는 "일본 골프장은 국내와 다르게 1인당 평일 7만원, 주말 10만원가량의 그린피만 내면 골프를 즐길 수 있다"며 "캐디도 없고 카트 사용료도 무료"라고 설명했다. 국내의 경우 1인당 40만원의 골프 비용이 발생한 것과 비교했을 때 매우 저렴하다고 덧붙였다.
일본 정부는 한국인 여행객이 지역 경제를 살린다고 판단하면서, 올해부터 '한국인 사전 입국심사' 제도까지 도입했다. 출국 심사 때 상대국 입국 심사를 함께 받는 제도다. 사전 입국심사를 마친 여행객이 현지에 도착하면 전용 출구를 이용해 편리하게 입국할 수 있다.
2023년 제주관광공사가 발표한 '내국인 제주 방문관광객 실태조사' 자료에 따르면, 응답자의 53.4%가 제주 여행의 불만족 사항으로 '비싼 물가'를 꼽았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29.1%)보다 83.5% 증가한 수치다. 지난여름 가족들과 제주 여행을 다녀온 20대 직장인 최모 씨는 "제주도에서 식비가 너무 비싸다고 느꼈다"며 "한 끼에 1인당 3만원은 기본이고 바닷가 카페는 자릿세 명목으로 커피 한 잔에 1만원씩 했다"고 토로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국내 관광지가 임시공휴일 등 여행 특수를 누리려면 서비스 미흡 등의 문제를 개선해 여행 만족도를 높이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정란수 한양대 관광학부 겸임교수는 "국내 여행지의 경우 기존의 부정적 인식을 쇄신할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 개발과 지역 상인들의 자정 노력이 수반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영리 기자 smart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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