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2월 04일 08:06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미국 자동차 브랜드 링컨과 포드를 국내에 판매하는 딜러사인 프리미어모터스가 재무적 위기에 휘청거리고 있다. 미국 자동차의 인기가 예전같지 않은 데다 본업 외에 투자한 해외 비상장주식 등에서 큰 손실을 보면서다. 모회사인 CNH캐피탈과 CNH가 기업회생에 들어가 수백억원에 달하는 대여금 회수도 불투명해지면서 엎친 데 덮친 격이 됐다.
해외 주식 투자해 대거 손실
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프리미어모터스가 모회사인 코스닥 상장사 CNH에 빌려준 대여금은 240억원에 달한다. 2023년 말 기준 프리미어모터스의 자본총계(204억원)를 뛰어넘는 금액이다. 프리미어모터스가 이 대여금을 상환받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재무구조가 악화된 CNH가 지난해 말 기업회생을 신청하면서다. CNH의 자회사이자 프리미어모터스의 모회사인 CNH캐피탈도 함께 회생에 들어갔다. CNH그룹의 지배구조는 '조덕호 회장→그래닛홀딩스→CNH→CNH캐피탈→엔에스씨신기술투자조합제7호→프리미어모터스'로 이어진다.프리미어모터스가 CNH에 빌려준 대여금을 상환받지 못해 이를 손상차손으로 인식할 경우 프리미어모터스는 완전자본잠식에 빠지게 될 가능성이 크다. 프리미어모터스는 이미 실적 악화에 빠져있다. 프리미어모터스의 2023년 매출은 1611억원으로 한해 전(1939억원) 대비 21.4% 급감했다. 영업이익은 반토막이 나고, 순손실은 36억원에 달했다. 국내에서 미국 자동차 인기가 시들어 본업이 부진한 영향이다.
본업 외에 투자한 해외 주식에서도 대거 손실이 났다. 프리미어모터스는 2022년 해외 비상장주식 등에 약 93억원을 투자했다. 이 투자는 실패로 돌아가 프리미어모터스는 2023년 약 39억원의 단기매매증권처분손실을 냈다. CNH 관계자는 "CNH가 기업회생에 들어가 당장 프리미어모터스에 대여금을 갚을 순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프리미어모터스가 도산하는 최악의 경우 프리미어모터스를 통해 링컨과 포드를 구매한 소비자들도 피해를 볼 수 있다. 자동차 판매뿐 아니라 링컨과 포드의 서비스센터를 함께 운영하는 프리미어모터스가 문을 닫으면 애프터서비스를 받는 데 어려움이 가중되기 때문이다.
벼랑 끝 내몰린 CNH그룹
프리미어모터스까지 흔들리면서 CNH그룹은 벼랑 끝으로 내몰렸다. CNH그룹은 1989년 여신전문금융업으로 사업을 시작해 호텔, 수입차 판매, 자동차 렌탈, 외식 프랜차이즈 등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위기는 코로나19 유행으로 호텔업이 직격탄을 맞으면서 시작됐다. 2010년 여의도 메리어트호텔을 인수해 호텔업에 진출했던 CNH그룹은 2016년 건물을 '세일앤드리스백' 방식으로 매각한 뒤 2022년 호텔 운영권까지 매각하며 호텔업에서 손을 뗐다.모태 사업인 여신전문금융업을 하는 CNH캐피탈은 지난해 금융감독원 경영실태평가에서 종합등급 4등급(취약)을 받고, 금융위원회 적기시정조치 대상이 됐다. CNH캐피탈은 금융당국에 경영정상화 계획을 제출하는 대신 기업회생 신청을 택했다. 지주회사인 CNH는 프리미어모터스 등 계열사와 함께 해외 주식에 투자했으나 이 역시 좋은 성과를 내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CNH와 CNH캐피탈 채권자들 사이에선 CNH그룹이 회생에 들어가기 전 회사 자금이 수상하게 흘러나갔다는 얘기도 나온다. CNH가 자회사인 CNH캐피탈과 프리미어모터스로부터 빌린 자금을 또다른 자회사인 CNH파트너스에 빌려주고, 이 자금이 그래닛홀딩스로 대여 형식으로 이동한 뒤 최종적으로 그래닛홀딩스의 '임원'에게 흘러갔다는 의혹이다. 그래닛홀딩스는 사실상 조 회장의 개인회사다.
2023년 말 기준 그래닛홀딩스가 임원에 빌려준 자금은 271억원에 달한다. 다른 계열사에서 자금을 끌어다 쓰던 그래닛홀딩스는 특정 임원에게 수백억원의 자금을 대여해줄 형편이 아니었다는 게 채권자들의 지적이다. CNH는 그래닛홀딩스에 빌려준 자금의 회수가 어렵다고 판단해 지난해 3분기 약 453억원의 손상차손을 인식했고, 이는 회사가 기업회생을 신청하는 원인이 됐다.
CNH 관계자는 "그래닛홀딩스가 임원에게 빌려준 자금 중 약 30억원 제외한 나머지 금액은 상환받았다"면서도 "임원에게 자금을 대여해준 이유에 대해선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채권자들은 CNH의 관리인으로 조광수 CNH 최고재무책임자(CFO·전무)가 선임된 것도 문제라고 입을 모은다. 조 전무는 조 회장과 김양수 CNH 대표 등과 오랜 시간 손발을 맞춰온 조 회장의 '금고지기'로 알려져있다. 한 채권단 관계자는 "경영 실패는 물론 수상한 자금 흐름의 직접적인 관여자인 조 전무가 관리인으로 선임된 건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본지는 CNH 관계자를 통해 조 전무에게 연락을 취했으나 조 전무 측은 "관리인 업무가 바빠 취재에 응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CNH는 지난해 두 차례 경영권 매각을 추진했으나 모두 무산됐다. 이 과정에서 CNH는 반기보고서 감사의견 거절을 받는 등 악재가 겹치면서 주가가 폭락했다. 대주주 지분이 반대매매로 대거 시장에 풀리면서 주가는 맥없이 흘러내렸다. CNH는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돼 지난해 11월부터 거래가 중지된 상태다. CNH의 마지막 거래 가격은 주당 109원으로 시가총액은 약 41억원이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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