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법원이 2000억원을 들여 개통한 '차세대 전자소송' 시스템이 개통 닷새 만에 '먹통'이 되면서 법조계가 혼란에 빠졌다. 기본적인 접속조차 불안정해 법원의 디지털 전환 사업 전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급기야 대법원은 사이트 공지를 통해 “전자소송포털 시스템이 현재 제출 및 기록열람 등 업무가 원활하지 않다”면서 “긴급하게 제출해야 하는 서류는 관할 법원 민원실을 방문하여 접수해달라”고 밝혔다.
법조계는 사실상 '업무 마비' 상태라며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한 법무법인 관계자는 "문서 하나를 제출하기 위해 한 시간 이상 대기했다"며 "업무 진행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급한 서류는 직접 법원을 찾아 서면으로 제출하는 사례가 늘면서 각급 법원의 업무 부담도 가중되고 있다.
특히 법조계는 소송 당사자들의 피해를 우려하고 있다. 한 변호사는 "어제 자동송달된 소송서류를 아직도 열람하지 못하고 있다"며 "판결문 송달 시점부터 상소기간이 진행되는데 의뢰인들의 상소 검토 시간이 줄어들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차세대 전자소송 시스템은 대법원이 2020년부터 2000억원(구축 비용 1038억원·운영유지비용 1092억원)을 투입한 디지털 전환 사업이다. 분산됐던 전자소송·나홀로소송 홈페이지, 전자민원센터를 하나의 포털로 통합했다. 당초 지난해 9월 개통 예정이었으나 4개월 늦춰졌다.
시스템 오류로 법원이 추진 중인 인공지능(AI) 기반 법률 서비스에 대한 회의론도 나오고 있다. 대법원이 대대적으로 준비한 소송 시스템조차 마비된 상황에서 AI 법률 서비스 도입 효용이 의문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법원은 차세대 전자소송 시스템 개통과 함께 24시간 '소송 절차 안내 챗봇'을 도입했다. AI가 유사 사건의 판결문을 판사에게 자동 추천하는 판결문 자동 추천 시스템도 준비 중이다.
황동진 기자 radhw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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