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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억 쏟아부었는데…"문서 하나 제출하는데 1시간"

입력 2025-02-04 15:45   수정 2025-02-04 20:15



대법원이 2000억원을 들여 개통한 '차세대 전자소송' 시스템이 개통 닷새 만에 '먹통'이 되면서 법조계가 혼란에 빠졌다. 기본적인 접속조차 불안정해 법원의 디지털 전환 사업 전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소송 당사자 피해 우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개통된 차세대 전자소송 시스템의 '전자소송포털'에서 송달 문서 확인과 기록 열람이 불가능한 상황이 닷새째 이어지고 있다. 이날 오전 11시부터 오후까지 일부 이용자는 로그인이 되지 않거나 포털 접속 자체가 불가능했다. 사건검색도 안 되는 경우가 속출했다.

급기야 대법원은 사이트 공지를 통해 “전자소송포털 시스템이 현재 제출 및 기록열람 등 업무가 원활하지 않다”면서 “긴급하게 제출해야 하는 서류는 관할 법원 민원실을 방문하여 접수해달라”고 밝혔다.

법조계는 사실상 '업무 마비' 상태라며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한 법무법인 관계자는 "문서 하나를 제출하기 위해 한 시간 이상 대기했다"며 "업무 진행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급한 서류는 직접 법원을 찾아 서면으로 제출하는 사례가 늘면서 각급 법원의 업무 부담도 가중되고 있다.

특히 법조계는 소송 당사자들의 피해를 우려하고 있다. 한 변호사는 "어제 자동송달된 소송서류를 아직도 열람하지 못하고 있다"며 "판결문 송달 시점부터 상소기간이 진행되는데 의뢰인들의 상소 검토 시간이 줄어들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시스템 구축 전반적 설계 문제"
법원행정처는 "개통 초기 단계의 세부적 오류"라며 "시스템 구축을 담당한 기업들과 긴밀히 협력해 해결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번 장애는 새로 도입된 전자 기록 파일 처리 솔루션의 문제로 파악됐다. 법원은 시스템 도입을 위해 인프라와 시스템을 담당하는 사업을 발주한 후, 이를 활용할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솔루션을 별도로 발주했다. 당초 파일 처리 솔루션 문제로 국한됐던 오류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접속 장애로까지 확대되면서 LG CNS 컨소시엄이 구축한 차세대 전자소송 시스템 전반의 안정화를 진행 중이다.

차세대 전자소송 시스템은 대법원이 2020년부터 2000억원(구축 비용 1038억원·운영유지비용 1092억원)을 투입한 디지털 전환 사업이다. 분산됐던 전자소송·나홀로소송 홈페이지, 전자민원센터를 하나의 포털로 통합했다. 당초 지난해 9월 개통 예정이었으나 4개월 늦춰졌다.
법원 디지털 전환 역량 '회의론'도
차세대 전자소송 시스템뿐만 아니라 법원이 이용자 편의를 개선하기 위해 도입한 '미래등기' 시스템에서도 접속 장애가 이어지고 있다. 경매용 등기부 전자발급 연계 제출 시스템 등에서 오류가 발생해 이용자 불편이 가중되고 있다. 법원은 지난달 31일부터 이틀간 추가 점검을 진행했으나 4일 오전까지도 일부 접속 장애가 계속됐다.

시스템 오류로 법원이 추진 중인 인공지능(AI) 기반 법률 서비스에 대한 회의론도 나오고 있다. 대법원이 대대적으로 준비한 소송 시스템조차 마비된 상황에서 AI 법률 서비스 도입 효용이 의문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법원은 차세대 전자소송 시스템 개통과 함께 24시간 '소송 절차 안내 챗봇'을 도입했다. AI가 유사 사건의 판결문을 판사에게 자동 추천하는 판결문 자동 추천 시스템도 준비 중이다.

황동진 기자 radhw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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