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에서 신종마약 '러쉬'(Rush) 원재료를 밀반입한 후 직접 제조·유통한 20대 외국인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조직적으로 이뤄지던 기존 마약 유통 사건과 달리 단독으로 범행이 이뤄져 모방 범죄 우려가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러쉬는 알칼 니트리트류(Alkyl nitrite)로 분류되는 신종마약이다. 30mL 용량 병에 담겨 기화된 액체의 향을 흡입하는 방식으로 투약한다. 흡입할 시 혈관을 확장해 일시적 흥분감을 일으켜 기존 의약 용도보다 유흥업소 등지에서 최음제로 오남용돼 쓰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범행을 위해 베트남 현지에서 직접 러쉬의 원재료를 밀반입했다. 유리병에 담아 화장품인 것처럼 위장해 인천공항 검역 당국을 속였다. 이후 서울 영등포구의 한 아파트에서 직접 '제조실'을 차려 마약을 4ℓ가량 제조해 국내 중간유통책 B씨와 C씨에게 넘겼다. 이는 30mL 병 기준 133개 분량으로 성인 남성 약 2660명 이상이 동시 투약할 수 있는 양이다.
러쉬는 유흥업계 등을 중심으로 널리 퍼져 판매가 상대적으로 쉽게 이뤄지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취재 결과 유흥 사이트나 커뮤니티 등지에는 'ㄹㅅ'등의 약어로 일부 물량을 확보한 개인들이 해당 마약을 병당 30만원 상당의 가격에 버젓이 재판매하는 모습도 확인됐다.
경찰은 A씨가 아직 시중에 유통하지 못한 러시 3.42ℓ를 압수하는 한편 아직 붙잡히지 않은 중간 유통책을 쫓아 이들의 범죄 수익금도 추정해 몰수할 방침이다. 경찰이 범행 현장에서 압수한 3.42ℓ의 러쉬가 모두 판매됐을 시 추정 수익은 약 3200만원~ 4000만원 상당이다.
경찰 관계자는 "해외에서 원재료를 밀반입해 국내에서 마약을 다량 제조하고 유통한 것은 매우 드문 사례"라며 "조직을 형성하지 않고 따로 물량을 확보한 중간유통책과 제조자가 직접 이용자와 직거래하는 식의 모방 범죄를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정희원 기자 toph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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