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후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을 ‘해상 LNG 터미널’로 개조하려는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LNG 수출을 늘리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각 국이 해상에서 LNG를 저장하고 운반하는 FSRU(부유식 가스 저장·재기화 설비) 설비를 확장하는 데 따른 것이다. 국내 유일의 선박 개조업체 HD현대마린솔루션엔 이 같은 ‘트럼프 특수’에 따라 FSRU 개조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
육상에 LNG 터미널을 지으면 3~5년이 걸리고, FSRU를 새로 건조하려면 2~3년이 필요하다. LNG 운반선을 FSRU로 개조하는 데는 1년밖에 걸리지 않는다. 국제해사기구(IMO)가 탄소 규제를 강화하는 점도 LNG 운반선 개조 수요를 뒷받침하고 있다. 해운사 입장에선 탄소 배출이 많은 노후 LNG 운반선을 고철로 넘기는 대신 FSRU로 바꿔서 팔면 수익을 더 낼 수 있다. 에너지 기업은 신조선가(척당 5400억원)보다 저렴하면서 빠르게 FSRU를 확보한다는 점에서 일석이조다.
시장조사업체 인피니티리서치에 따르면 전세계 선박 개조 시장은 2023년 19억달러(약 2조7500억원)에서 2028년 42억달러(약 6조원)로 커질 전망이다. 글로벌 선박 개조 시장에선 싱가포르 시트리움이 앞서가는 가운데 HD현대마린솔루션이 뒤를 쫓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HD현대중공업이 FSRU 신조선 이력이 많은 터라, 개조 사업에서도 기술력과 안정성을 인정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정기선 HD현대 부회장이 처음으로 대표이사를 맡은 계열사로, 설립부터 상장까지 공을 들인 곳이다.
컨테이너선 운임 지표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가 하락하는 점도 HD현대마린솔루션엔 호재다. 해운사는 해상 운임이 좋을 때 컨테이너선을 운항하고, 지표가 나빠지면 미뤘던 수리·정비를 진행한다. 올 들어 선사들이 정비 계획을 잇따라 세우면서 애프터마켓(AM) 매출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AM 사업에서 엔진 수리가 차지하는 매출 비중은 70%로 높다. 지난해 기준 중국 선박에 장착된 중형 엔진 가운데 70%가 HD현대중공업 제품인 만큼, HD현대마린솔루션은 국적과 관계없이 수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회사 관계자는 “친환경 엔진은 기술 및 설비 장벽이 높기 때문에 중국 기업이 격차를 쉽게 메우기 어렵다”며 “친환경 선박이 늘어날수록 수리 및 개조 난도가 높아져 수익성은 더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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