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새의 날갯짓은 경이롭다. 벌새는 초당 최대 80번에 달하는 날갯짓으로 양력과 추동력을 얻는다. 날개를 8자 모양으로 회전시켜 날개를 위아래로 젓는 것은 물론 앞뒤로도 움직일 수 있다. 정지 비행(호버링)과 후진 비행을 하는 유일한 조류다. 곤충의 비행 기술을 완벽하게 체화한 변종인 셈이다. 다른 조류는 흉내조차 낼 수 없는 빠른 날갯짓을 견디기 위해 벌새의 가슴 근육은 체중의 3분의 1 정도를 차지할 정도로 발달했다.벌새가 이처럼 신비한 날갯짓을 할 수 있도록 진화한 이유는 꽃 주변을 빠르게 날아다니며 꿀을 효율적으로 빨아먹기 위해서다. 식물이 생존을 위해 꽃가루에 이어 꿀을 생산하는 방식으로 진화하자 벌새의 골격도 그에 맞춰 달라졌다. 식물의 번식 전략이 벌새의 날개 구조까지 변화시킨 것이다.
이처럼 혁신의 가장 큰 힘은 파생력이다. 창조적 파괴와도 같은 기술 혁신의 성공적 일탈은 보통 일회성에 그치지 않는다. 혁신과 혁신의 결합은 또 다른 혁신의 계기가 되기 마련이다. 전파·통신과 광학기술 발전, AI 알고리즘 혁신이 합쳐져 자율주행 시대를 가속화하는 것처럼 말이다.
딥시크 출현은 AI의 보편화를 앞당기는 새로운 혁신 챕터의 문턱이다. 글로벌 AI 생태계와 멀어져 버린 대한민국이 화려한 반격의 기회를 갖느냐, 아니면 영원한 낙오의 늪으로 빠지느냐가 결정되는 갈림길이 될 수 있다. 현재 진행되는 AI 대변혁의 물결에 올라타기 위해선 벌새처럼 완벽한 변종으로 진화하려는 자구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
근로시간제 개편이나 인재 확보 전략 없이 일단 1만여 개 GPU만 확보해 놓으면 지금의 딥시크 쇼크에 대응할 수 있을 것이란 정부와 정치권의 안일한 생각은 인과관계를 뒤틀어버린 판단 착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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