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원로들이 모여 계엄·탄핵을 계기로 개헌에 나서야 한다며 다음 대선후보가 개헌을 약속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계엄·탄핵 사태는 87년 헌법 체제가 시효를 다했다는 방증으로, 새 시대에 맞는 헌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다만 구체적인 개헌 방향성에 대해선 원로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렸다.
6일 오전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은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국가대개조를 위한 개헌토론회'를 개최했다. 토론회에는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비롯해 주호영 국회부의장, 김승수 국민의힘 의원, 여상규 국민의힘 의원 등 여당 의원들이 다수 참석해 개헌에 힘을 실었다. 또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과 김진표 전 국회의장, 조응천 전 국회의원 등 여야 원로들도 참석해 개헌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원로들은 계엄과 탄핵사태 이후 개헌의 필요성이 높아졌다는 데 의견을 함께 했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기조연설에서 "여소야대 국회에서 대통령이 정치력을 발휘해야 하지만, 그것이 안 되면 결국 탄핵이라는 불행한 사태를 겪을 수밖에 없다"라며 "대한민국이 다시 탄생하기 위해 정치적 변화가 필요하고 정치적 변화를 위해서는 반드시 개헌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진표 전 국회의장도 "(현재 헌법 체제로는) 여소야대가 되면 식물 대통령이 되거나 제왕적 대통령이 되거나 둘 중 하나"라며 "개헌을 가능하게 하려면 여·야·정이 만나 힘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원로들은 차기 대선후보들이 개헌을 약속할 것을 촉구했다. 김 전 위원장은 "다음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는 사람이 개헌에 대해 분명히 약속해야 한다"라며 "국민, 언론, 정치권이 압력을 가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고 했다. 김 전 의장 역시 "다음 대선 후보는 공통 공약으로 개헌을 하겠다는 정치적 약속을 하고 갔으면 좋겠다"고 언급했다.
다만 구체적인 개헌 방향성에 대해선 이견이 있었다. 김 전 위원장과 김 전 의장은 의원내각제의 필요성에 힘을 실었다. 김 전 위원장은 "내 생각엔 의회와 정부가 같이 갈 수 있는 시스템이 가장 안정적이지 않나. 가장 적합한 것이 의원내각제"라며 "이원집정부제를 주장하는 목소리도 있는데 핀란드 등 사례를 보면 대통령이 아무런 권력이 없다는 점에서 세계 어느나라에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전 의장 역시 "대통령제가 갖고 있는 근본 문제가 있어 나도 할 수만 있으면 의원내각제로 갔으면 좋겠다"라면서도 "의원내각제에 대한 국민적 지지율이 높지 않은 게 문제인데 1단계로 5년 단임제를 4년 중임제로 바꾸고, 국회에서 총리를 뽑는 책임총리제 등을 도입해 대화와 타협을 제도화시킨 뒤 내각책임제로 가는 것이 현실적인 방법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면 국민의힘 개헌특별위원장을 맡은 주호영 의원은 "4년 중임제는 재선율이 70~80% 돼야 의미가 있고 재선율이 떨어지면 2년자리 대통령을 만드는 최악의 제도"라면서 "실패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직업공무원제가 확보되지 않은 우리나라에선 권한이 집중된 대통령이 국정을 왜곡할 수 있다"고 반대 의견을 표했다.
한편 학자들은 의원내각제보단 국회의원 선출 시기를 변경하는 등 다른 대안이 적절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김정현 전북대 교수는 "대통령이 당선되면 집권 초반엔 국정과제를 강하게 밀어붙일 수 있도록 하고 중반 이후는 대통령 업적에 평가할 수 있는 기회를 줄 수 있는 제도가 바람직하다"라며 "국회의원 임기는 4년인데 2년마다 절반씩 뽑는 것을 대안으로 생각해볼 수 있다"고 했다.
이슬기 기자 surug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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