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2월 07일 09:27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이지스자산운용이 서울 명동의 핵심 리테일 자산인 청휘빌딩 임차인과의 건물 인도 소송에서 최종 승소했다. 임차인 측은 이지스 측이 코로나 팬데믹으로 상권 전반이 침체한 가운데 장기 사용을 전제로 입점을 제안했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를 인정할만한 증거가 없다고 봤다. 이지스는 법정 다툼에 나선 지 1년 9개월 만에 해당 건물의 임대업을 정상화하는 한편 임차인을 상대로 무단 점거 기간에 대한 부당이득금 반환 소송에 나섰다.7일 자산운용 업계에 따르면 대법원1부는 이지스 측이 "청휘빌딩 103호를 인도하라"며 임차인 A씨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확정했다. 심리불속행이란 대법원이 하급심 판결이 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하며 제기된 소송(상고)에 이유가 없다고 판단해 추가로 재판을 열지 않고 기각하는 제도다.
1969년 준공한 청휘빌딩은 명동 상권 중심에 위치해 과거 일대에서 땅값이 가장 비싼 상업용 자산으로 꼽히기도 했다. 이지스, SK디앤디, 모건스탠리는 이 빌딩을 2017년 인수해 2019년 리모델링하고 호텔과 리테일 시설로 사용하고 있다. 지하 1층~지상 13층, 연면적 5943.9㎡ 규모다.
이 사건의 발단은 코로나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1년 4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지스는 A씨와 이 빌딩 103호에 대해 보증금 1500만원, 월 임대료 전월 순매출액의 10% 조건으로 임대차 계약을 맺었다. 계약서상 임대 기간은 6개월로 정했다.
이후 A씨는 팝업스토어를 운영하며 2~3개월 단위로 임대계약을 여러 차례 갱신했고, 2022년 9월 최종적으로 같은 해 11월 30일까지 3개월간 계약을 연장했다.
임대차 계약 기간에 A씨가 월 임대료로 낸 금액은 2021년 초반에는 100만~320만원이었고, 임대 기간 만료 무렵에 약 400만~650만원 수준이었다.
임대 기간 만료일이 다가오자 이지스는 A씨에게 임차한 호실을 원상복구 해 인도할 것을 요청하는 한편 새롭게 장기 임대차계약을 맺는 조건으로 월 임대료 1억2600만원을 제시했다. 이는 코로나 팬데믹 여파가 본격화하기 직전인 2020년 1월 이 호실의 임대료보다 1000만원가량 높은 수준이다.
하지만 A씨는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고 영업을 계속했고, 이지스는 2023년 2월 소송을 제기했다. 이지스 측 대리인은 법무법인 바른이, 임차인 측은 법무법인 클라스한결이 맡았다.
A씨는 재판 과정에서 "임대차계약 당시 기간을 1년 미만으로 정했으므로, 상가임대차보호법 적용 대상이며 이에 따라 갱신 요구권을 행사했으므로 임대차계약이 종료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상가임대차보호법 제9조 1항은 상가건물임대차 계약 시 기간의 정함이 없거나 기간을 1년 미만으로 정한 경우 그 기간을 1년으로 본다고 정한다.
하지만 법원 판단은 달랐다. 1심 재판부는 "원고와 피고는 사용기간을 2~6개월로 하는 임대차계약을 반복해 체결하면서 계약서에 '사용계약서' 또는 '단기사용계약서'라는 명칭을 사용했다"며 "그 용도를 단기간 운영을 전제로 한 '팝업스토어'로 한정하는 외에 그 계약이 상가임대차법의 적용 대상이 아님을 분명히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원고는 코로나 창궐로 인해 명동 상권이 전반적으로 침체된 상황에서 정식으로 임차인을 구할 때까지 팝업매장을 운영하고자 하는 피고에게 저렴한 차임에 건물을 임시로 사용하도록 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도 2022년 12월 이지스 측에 '원고가 이 사건 임대차계약에 대해 정상 계약 전까지 연장을 약속했다'는 취지의 메일을 보냄으로써 이 사건 임대차계약이 정식 임대차계약이 아님을 스스로 인정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A씨 측은 2심에서 최초 임대차계약 당시 이지스 측의 장기 사용 약속이 있었다고도 주장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에게 가능한 오랜 기간 건물을 사용할 수 있도록 편의를 봐주겠다는 차원을 넘어서 피고에게 일시 사용이 아닌 장기간의 상가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기로 하는 약정을 체결했음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장기 사용을 전제로 인테리어 및 기초공사 비용을 투자했다는 A씨 측 주장에 대해 재판부는 "A씨 측이 명동에서 오랜 기간 다수 매장을 운영한 경험이 있고, 단기 임대차계약을 체결한 적도 여러 차례 있으므로 이지스의 의사에 따라 계약서에 기재된 바대로 임대차가 종료될 수 있음을 충분히 예측할 수 있었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도 이 같은 원심 판단이 정당하다고 보고 그대로 확정했다. 소송 제기 약 1년 9개월 만에 나온 결론이다. 건물 인도 소송이 소장 접수부터 강제집행까지 평균적으로 4~6개월이 걸리는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으로 긴 기간 소송이 이어진 것이다.
이지스 측은 A씨 측이 103호를 임대하면서 추가로 임대한 102호에 대해서도 같은 소송을 걸어 최종 승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청휘빌딩을 둘러싼 이지스와 임차인 간 소송이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다. 이지스는 A씨를 상대로 "임대 기간 종료 이후 받지 못한 적정 임대료 등 부당이득을 돌려달라"며 제기한 추가 소송 1심도 진행 중이다.
이지스 측은 "배상액에 대해서는 법원의 감정평가 결과를 먼저 받아보겠다"고 전했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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