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장경제에선 임금도 수요·공급 법칙의 지배를 받는다. 노동에 대한 수요가 공급을 앞지르면 임금은 상승하고, 노동 수요가 공급에 못 미치면 임금은 하락한다.
노동 수요와 공급은 어느 지점에서 균형을 이룰까. 여기 동네 빵집이 하나 있다. 이 빵집의 제빵사가 한 달에 빵을 1000개 만들고, 빵 한 개 가격이 5000원이라면, 제빵사의 월급은 500만원을 넘을 수 없다. 그래야 빵집 주인이 제빵사 월급을 주고도 손해를 보지 않는다. 만약 이 제빵사가 숙련도를 높여 한 달에 빵을 1200개 만든다면 월급을 600만원까지 올려줄 여지가 생긴다. 이 간단한 예시를 통해 노동시장의 균형 임금은 근로자 한 명이 추가로 창출하는 매출(한계생산가치)과 일치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여기서 한계생산가치는 곧 노동 생산성이다. 제빵사가 빵을 더 많이 만들 수 있게 되면, 즉 노동 생산성이 높아지면 한계생산가치도 높아진다. 결국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 격차는 기본적으로 대기업 근로자와 중소기업 근로자의 생산성 차이에서 비롯한다고 볼 수 있다.
노동 생산성은 누가 더 열심히 일하느냐와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 어느 근로자의 한계생산가치는 소비자가 그 근로자의 생산물에 얼마나 큰 가치를 부여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예를 들어 의사가 평균적인 근로자나 사업자보다 돈을 많이 버는 것은 소비자들이 의사가 제공하는 서비스(진료, 수술)의 가치를 높게 치기 때문이다. 의사가 다른 사람보다 열심히 혹은 긴 시간 일해서가 아니다.
보상적 임금 격차의 사례는 블루칼라 직종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특고압 케이블 작업공의 일당은 2023년 기준 42만1236원으로 기술직 직종 중 가장 높았다. 한 달에 20일 일한다면 842만원, 연 1억원이 넘는 고임금이다. 전문 기술이 필요한 것은 물론 위험한 작업을 하는 데 따른 대가라고 볼 수 있다.
운도 중요하다. 기술 변화에 따라 어떤 직업은 수요가 줄어들거나 아예 사라지기도 한다. 그 결과 해당 직업에 종사하는 근로자들은 임금이 감소하거나 일자리를 잃는다. 경제학 이론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운의 탓이라고 봐야 한다.
노동조합의 힘이 강해지면 임금이 시장 균형 수준보다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 대기업의 임금이 높은 배경으로 대기업을 중심으로 한 강성 노조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다. 최저임금은 주로 비숙련 근로자의 임금을 시장 균형 수준보다 높게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노동 생산성과 학력, 직종, 경력에 큰 차이가 없는 근로자 간에도 임금에 차이가 날 때가 있다. 이런 차이는 노동시장에 성별, 연령 등에 따른 차별이 존재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노동시장이 경쟁적일수록 고용주는 근로자를 차별할 동기가 줄어든다. 임금 격차를 줄이려면 정규직에 대한 지나친 보호 등 노동시장에서 경쟁을 제한하는 요인부터 개선할 필요가 있다.유승호 경제교육연구소 기자 ush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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