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4차는 전날 삼성물산 단독 응찰로 시공사 선정이 무산됐다. 지하철 3·7·9호선 고속터미널역과 가까운 ‘알짜’ 사업장이다. 총공사비는 1조310억원(3.3㎡당 950만원)이다. 조합은 재공고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관련 법에 따라 2회 이상 경쟁 입찰이 무산되면 수의계약을 맺을 수 있다.강남권의 다른 정비 사업장 상황도 비슷하다. 송파구 문정동 가락1차현대 재건축조합은 지난달 21일 시공사 입찰 공고를 마감했다. 롯데건설만 입찰해 유찰됐다. 애초 대우건설, DL이앤씨, GS건설, 포스코이앤씨, 롯데건설 등 9개 건설사가 관심을 보였다. 서초구 반포동 삼호가든5차는 공사비를 2129억원에서 2369억원(3.3㎡당 990만원)으로 올렸다. 작년 9월 시공사 입찰에 실패해 지난달부터 다시 모집하고 있다.
서초구 방배7구역은 오는 31일까지 수의계약을 위해 시공사 입찰을 한다. 총사업비는 1772억원이다. 작년 10월 현장 설명회에 9개 건설사가 참여해 관심을 보였다. 지하철 2·7호선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데다 조합원이 적어 사업성이 좋다는 평가를 받기 때문이다. 그간 네 차례 이뤄진 시공사 입찰에서 경쟁 구도가 성립하지 않아 수의계약으로 전환했다.
롯데건설이 이달 수주한 용산구 신용산역 북측 1구역도 수의계약으로 따낸 사업이다. 관악구 봉천14구역은 GS건설이 경쟁 없이 깃발을 꽂을 것으로 보인다. 조합이 지난달 23일 진행한 수의계약을 위한 시공사 선정 입찰에 GS건설만 응했다. 시공사 선정 총회는 다음달 열릴 전망이다. 지하철 9호선(신방화역) 역세권인 강서구 방화6구역도 이달 수의계약 공고를 올렸다. 31일까지 시공사 입찰을 받는다. 2016가구 대규모 사업장인 노원구 상계5구역의 수의계약 입찰에는 GS·롯데건설 컨소시엄이 단독 응찰했다.
연초 한남4구역을 두고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이 치열하게 맞붙었다. 하지만 이를 두고 정비업계 분위기가 달라졌다고 보긴 힘들다는 평가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한남4구역은 향후 여의도, 압구정 수주의 전초전이라는 상징적 의미가 더해져 과열 양상을 띤 것”이라며 “금융비용과 인건비 등 공사비가 계속 오르는 상황에서 건설사가 공격적 수주보다는 리스크 관리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기존 사업장에서 공사비 갈등이 여전한 데다 수주 경쟁에서 패배하면 이미지 타격이 작지 않아 눈치싸움이 심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남4구역보다 규모가 더 큰 한남5구역의 경우 DL이앤씨의 수의계약 가능성이 점쳐지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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