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업체 대만 TSMC의 일본 첫 제조 거점인 규슈 구마모토 1공장은 작년 12월 양산을 시작해 소니그룹 등에 납품하고 있다. 작년 2월 공장 개소식 때 밝힌 일정을 그대로 지켰다. 일본 각지의 대학을 다니며 밤낮으로 연구개발(R&D)에 몰두할 박사급 인력을 끌어모은 덕분이다.구마모토 공장엔 모리스 창 TSMC 창업자의 ‘24시간 R&D’ 원칙이 그대로 이식됐다. 2010년대 삼성전자, 인텔과 치열한 기술 경쟁을 벌인 TSMC는 R&D를 매일 8시간씩 주간, 야간, 심야 등 3교대로 24시간 가동했다. 생산 라인이 아닌 R&D를 24시간 돌린 것은 당시 반도체업계에서는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다.
일본 남단 규슈에서 TSMC가 뛰고 있다면, 북단 홋카이도에선 일본의 ‘반도체 연합군’ 라피더스가 달릴 채비를 마쳤다. 오는 4월부터 시험 생산을 시작한다. 미국 브로드컴에 6월까지 최첨단 2나노(㎚·10억분의 1m) 반도체 시제품을 공급할 계획이다. 2027년부터 양산 공장을 가동한다는 목표다.
라피더스 역시 일본 정부의 든든한 지원을 받고 있다. 일본 정부는 지난 7일 차세대 반도체 기업 지원을 위해 이른바 ‘라피더스 지원법’ 개정안을 의결하고 의회에 제출했다. 올해 개정안이 통과되면 정부가 라피더스에 출자나 세제 혜택을 제공할 수 있게 된다. 민간 금융회사의 채무 보증까지 선다.
일본의 반도체 부활은 의회가 이끌고 있다. 집권 자민당이 지원에 적극적인 가운데 야당도 작년 12월 인공지능(AI)·반도체산업 지원(1조3000억엔)을 담은 추가경정예산 통과에 협조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주 52시간 근로제한 예외 조항’ 때문에 반도체특별법의 발목을 잡고 있는 한국과는 딴판이다.
1980년대 세계 1위였던 일본 반도체산업은 한국, 대만에 밀리며 주저앉았다. 미국, 중국이 반도체 경쟁에 사활을 거는 가운데 30년간 후퇴를 경험한 일본도 반도체를 국운이 걸린 문제로 보고 부활을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이대로면 30년 뒤 한국과 일본의 반도체산업은 처지가 뒤바뀔 수도 있다. 그땐 한국에 주 52시간이라도 일할 수 있는 공장이 없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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