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감한 법인세, 역대급 상속세…"세수 기반도 늙어간다"

지난해 한국 법인세 수입이 2년 만에 반토막 난 반면 상속증여세 수입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기업 실적 악화로 인한 세전 이익 급감을 인구 고령화와 징벌적 상속세에 따른 상속증여세 수입 증가로 상쇄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법인세가 국세 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장기적으로 하락하는 가운데 1년 새 10%포인트씩 널뛰는 해가 이어져 세수 예측 가능성도 떨어지고 있다. 활력을 잃어가는 경제 구조가 세수 기반 악화로 이어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법인세 급감에 31조원 세수 펑크

10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24회계연도 총세입·총세출 마감 결과’ 등에 따르면 지난해 정부가 거둬들인 법인세는 62조5113억원으로 1년 전보다 17조9000억원(22%) 줄었다. 2022년(103조5704억원)보다 40%가량 적은 수준이다. 코로나 직후인 2020년 55조5132억원 후 최저치다. 이런 ‘법인세 쇼크’ 등으로 지난해 전체 세수는 336조5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7조5000억원 감소했다. 지난해 본예산(367조3000억원)과 비교하면 30조8000억원 적은 수준이다. 세수 결손은 작년 9월 발표한 재추계치보다 1조2000억원 불어났다.

조문균 기재부 조세분석과장은 “기업 실적이 악화한 요인이 가장 크다”고 설명했다. 기재부에 따르면 지난해 법인세의 기준이 되는 2023년 상장사 영업이익(46조9000억원)은 1년 전 84조원보다 절반가량 줄었다.

이런 변동성은 반도체, 자동차 등 일부 수출 기업에 대한 과세 의존도가 높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2022년 기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한국 전체 법인세의 10% 이상을 담당했지만 2023년에는 적자를 내며 법인세 기여도가 ‘제로(0)’였다. 경제 성장률이 하락해 경제 활력이 떨어진 영향이 세수에 반영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나마 세수를 뒷받침한 건 상속증여세였다. 15조2981억원의 수입을 거둬들였다. 종전 최대인 2021년 15조62억원을 넘어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2023년 14조6341억원에 비해서는 4.5% 늘었다. 최고 세율이 60%에 달하는 징벌적 상속세가 상속증여세 수입 증가에 기여했다는 분석이다. 특히 삼성 오너 일가는 2020년 이건희 선대회장의 타계 직후 12조원의 상속세액을 과세당국에 신고하고 매년 2조원씩 분납하고 있다.

◇소수의 부자·대기업에 과도하게 의존

전문가들은 기업 활력 저하로 법인세 수입이 급감하는 가운데 부자와 고령자로부터 상속세를 거둬 충당하는 세수 구조가 늙어가는 경제 구조를 반영한다고 진단했다. 상속증여세는 2005년 1조9000억원으로 전체 세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6%에 그쳤지만 2024년엔 15조3000억원(4.5%)으로 불어났다. 부동산과 주식 등 과세 대상 가격이 오른 가운데 징벌적 상속증여세 제도는 그대로 유지돼서다.

고소득자와 대기업 등 소수 국민이 내는 세금 비중은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상위 10% 근로자가 전체 근로소득세의 72.2%를 부담했다. 법인세도 상위 1% 기업의 부담률이 84.5%에 달했다. 전체 국세 수입에서 소득세와 법인세, 상속증여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2005년 47.6%에서 2024년 58%로 올랐다. 같은 기간 부가가치세 비율은 30.7%에서 24.4%로 떨어졌다.

예산실 출신의 한 전직 고위 관료는 “일부 고소득자와 대기업이 내는 세금이 과도하게 많아지면 해외 이주 등으로 세금을 내지 않으려는 유인이 커지고 경제 활력이 떨어진다”며 “부가세처럼 정적인 세수 기반을 확대하고 규제 완화와 감세 등으로 민간 경제의 활력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남정민/정영효/김익환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