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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오빠, 투자 공부하자"…'가인이' 연기에 깜빡 속았다

입력 2025-02-11 10:30   수정 2025-02-11 15:30


캄보디아를 거점으로 로맨스스캠 코인 투자 사기를 벌이던 범죄 조직원들이 현지 경찰에 무더기로 검거됐다. 일부 조직원은 취업 사기를 당해 강제로 붙잡혀 업무에 가담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모두 현지에서 1~2개월간 조사를 받은 후 한국으로 송환될 예정이다.
로맨스스캠 조직원 9명 현지서 체포
11일 경찰청 인터폴공조계에 따르면 지난 3일 캄보디아 포이펫에 위치한 한 범죄단지에서 한국인 9명이 현지 경찰에 체포됐다. 경찰청은 현지 조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이들을 국내로 송환할 방침이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이들은 작년 12월께 범죄단지 안에 대포폰과 컴퓨터 등이 완비된 사무실을 차리고 1월 초부터 로맨스스캠(연애 빙자 사기)을 벌였다. 이들 범행은 기존의 로맨스스캠에 '가상화폐 투자'를 접목한 고도화한 사기 수법이었다.

조직은 '앙톡', '속삭임' 등 데이팅 앱에서 '박가인'이라는 이름의 가상의 프로필을 만들었다. 앱을 통해 남성들과 매일 대화를 나누며 친밀감을 쌓고, 연인 관계로 발전시켰다. 가상 여성의 MBTI, 혈액형, 학력, 키·몸무게, 보유 차량, 가족관계 등 세부 정보까지 설정하고 실제 존재하는 사람처럼 꾸몄다.


신뢰가 쌓인 후엔 "아버지가 큰 사기를 당해서 집안 경제가 어려워졌는데 코인 투자로 어려움을 극복하게 됐다"며 가짜 코인 투자 웹사이트로 피해자를 유인했다. 자신이 퇴근 후 매일 '투자 공부'를 한다며 남성에게 "같이 투자 공부를 하자"고 부추겼다. 이들은 이같은 수법으로 가상화폐를 입금받아 1월 한 달 동안 수천 만 원을 가로챘다.

조직은 피해자와의 대화를 위한 10일치 분량의 시나리오(대본)까지 치밀하게 작성했다. '박가인 일정표'라는 문서를 만들어 대화 주제를 시간대별로 정해 놓고, '바쁜데 시간을 일부러 쪼개서 연락한다는 느낌을 줘야 한다', '상대방의 자산을 파악하고 투자에 대한 관심 여부를 확인하라' 등의 구체적인 지침까지 마련한 것으로 파악됐다.

기존의 로맨스스캠은 단순 생활비나 택배비, 만나러 가기 위한 항공료 등을 요청하는 것에 그쳤으나 최근엔 가상자산이나 주식 등에 대한 투자 권유형 사기로 진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실판 '범죄도시'...납치감금 폭증
조직원들 중 일부는 취업 사기를 당해 강제로 일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허위 구인글을 보고 범죄단지에 들어갔다가 외출, 외박의 자유 없이 감금된 상태로 일했다는 것이다. 이곳에서 일하던 20대 남성 A씨는 "텔레그램에서 알게 된 지인이 '코인테크 업무로 한 달에 천 만원 이상 벌 수 있다'고 해서 왔다"며 "불법이 아니라는 말에 한국에서 운영하던 식당까지 정리하고 갔는데 완전히 속았다"고 전했다.


또 다른 취업사기 피해자인 20대 남성 B씨는 범죄단지에 들어온 지 일주일도 안 돼 "내보내 달라"고 요구했으나, "벌금 1300만 원을 내야 나갈 수 있다"는 답을 받았다고 전했다. 그는 숙소에서 같은 방을 쓰던 한국인이 '일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중국인들에게 폭행당하는 모습도 목격했다고 전했다.

이처럼 취업 사기로 인한 캄보디아 내 납치·감금 사례는 폭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교부에 따르면 캄보디아에서의 한국인 납치·감금 피해 사건은 △2021년 2건 △2022년 11건 △2023년 21건이 △2024년 상반기 76건이었다.
총책 2명 인터폴 적색수배…송환 예정

체포된 9명 중 조직원 7명은 캄보디아 시소폰 소재 경찰서에서 현지 경찰로부터 조사받고 있다. 캄보디아 경찰은 범죄단지 사무실에 있었던 컴퓨터와 휴대전화 등을 분석해 이들의 범행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도 알려졌다.

백원진 주캄보디아대한민국대사관 영사는 "통상 캄보디아에서 한국인이 체포될 경우 1~2개월동안 구금돼 조사받은 뒤 추방된다"고 설명했다.

총책 강모 씨(31)와 안모 씨(28)는 체포 직후 캄보디아 수도인 프놈펜 소재 경찰서로 이송됐다. 이후 현지 경찰에 미화 200달러 상당의 뒷돈을 건네고 이틀 간 병원에 입원해 있었다. 주캄보디아대한민국대사관에 따르면 이들은 최근 다시 프놈펜 소재 경찰서 유치장으로 옮겨졌다.

강 씨와 안 씨는 부부 관계로, 두 사람 모두 인터폴 적색수배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이들의 송환까지 최대 3개월까지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청 인터폴공조계 관계자는 "현지 검거 사실을 보고받고 막 수사를 시작하는 단계"라며 "현지 조사가 마무리된 후 관련 절차에 따라 국내로 송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김다빈 기자 davinc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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