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2월 11일 15:22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국민연금을 비롯한 연기금이 올해 들어 AA급 이상 회사채를 대량 매수하고 있다. 작년보다 훨씬 적극적이라는 평가다. 국민연금의 회사채 투자 규모는 지난해에만 27조원에 달할만큼 회사채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상당한 만큼 증권업계도 국민연금의 투자 방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회사채 수요예측 참여금액이 40조3710억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시장 참여자들은 연초 회사채 ‘수요예측 열풍’의 원인으로 국민연금과 우정사업본부 등 연기금을 지목하고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지난달 국민연금과 위탁 운용 펀드들이 신용등급 AA급 회사채를 대량 매입해 시장을 주도했다”며 “작년 12월 계엄사태 여파로 투자를 미뤄온 연기금이 채권 매수세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기준 운용 규모가 1185조원에 달하는 국민연금은 주식과 채권, 대체투자에 나눠 투자금을 집행한다. 작년 말 기준으로 전체 자산의 29.3%가 국내 채권에 투자돼 있고, 이 가운데 회사채가 차지하는 투자 비중은 8.1%다. 투자 대상은 신용등급 AA급 이상 회사채로 한정된다.
국민연금이 회사채 매입에 나선 배경에는 시장금리 움직임이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3년물 국고채 금리는 연 2.7%로 이미 두 번의 금리인하 기대가 반영돼 기준금리(연 3%)보다 낮은 상황이다. 향후 금리인하가 현실화하면 국고채와 회사채 간 금리 차(스프레드)가 더욱 좁혀질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금리 하락으로 회사채 가격이 상승하면서 평가차익을 얻을 수 있다.
다만 국민연금은 기업별 리스크를 철저히 선별해 투자 전략을 조정하고 있다. 지난 6일 LG에너지솔루션(AA) 수요예측에는 소극적으로 참여했다. 2차전지 업황이 좋지 않다는 점을 고려해 신중하게 결정을 내린 것으로 해석된다.
LG에너지솔루션은 8000억원 회사채 수요예측에 3조7450억원을 모아 지난해(5조6100억원) 대비 2조8650억원(51%) 줄었다. 연기금의 회차별 수요예측 경쟁률은 2년 만기(0.53대1), 3년 만기(0.55대1), 5년 만기(0.45대1), 7년 만기(0.4대1)로 전년 평균 2.4대1인 것에 비교하면 하락했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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