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휴림로봇은 작년 두 차례 유증으로 총 677억원을 조달했다. 상장법인 중 가장 많은 유증 건수와 증자 주식 수를 기록했다. 유증 전 주당 1000원대에 불과하던 주가는 로봇 테마에 올라타 4000원 안팎으로 급등했지만 연이은 증자에 투자심리가 크게 흔들렸다. 이 회사는 수년째 적자다.
2차전지 소재 신사업 구상을 밝힌 나노브릭은 100억원 규모의 3자배정 유증을 추진하고 있다. 운영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서다. 3자배정 유증은 주가 희석 우려를 낮추고 신규 자금을 끌어오는 점에서 호재로 꼽힐 때가 많지만, 이미 지난해 추진한 유증 납입일도 3개월가량 늦춰진 상태다.
인수합병(M&A)과 증자를 추진하다가 투자자 압력에 못 이겨 포기하는 일도 있다. ‘기습 유증’ 논란이 일었던 반도체 기판 제조업체 이수페타시스가 대표적 사례다. 이수페타시스는 2차전지용 탄소나노튜브(CNT) 전문업체 제이오를 인수한다며 대규모 증자를 추진했다가 철회했다. 증자 규모는 종전 5500억원에서 2500억원으로 줄었다.
작년 공개매수로 발생한 차입금을 갚기 위해 주주배정 유증을 추진한 고려아연도 당초 계획을 접었다. 금융감독원의 정정 요구 1주일 만이다. 이 와중에 관련 종목 주가는 롤러코스터를 탔다.
금감원도 유증 등 자금 조달 행위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려는 추세다. 작년에만 총 8개 상장사의 유증 증권신고서에 대해 금감원이 정정신고서 제출을 요구했다. 이 가운데 5곳이 유증을 철회하거나 유증 규모를 축소했다.
한 증권사의 스몰캡 연구원은 “주가를 띄우거나 대규모 자금 조달을 위해 유증을 악용하는 사례가 적지 않은 게 현실”이라며 “특히 코스닥 기업에 투자할 땐 개별 기업의 자금 사용 용도와 계획을 따져야 한다”고 말했다.
류은혁 기자 ehry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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