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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과 음악을 통한 '악사의 처방전'

입력 2025-02-12 14:16   수정 2025-08-22 16:36

“술을 통해 만난 음악, 사람, 소중한 순간과 기억들. 이런 것들을 엮어서 술을 잘 즐길 수 있도록 도와주는 길잡이가 되고 싶었습니다.”

11일 서울 명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아코디언·재즈 연주자인 정태호는 이같이 말했다. 정태호는 오는 17일 술에 대한 자신의 철학을 담은 에세이 서적인 ‘악사의 처방전’을 낸다. 그는 2011년 한국대중음악상 재즈&크로스오버 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한 재즈 밴드 ‘라 벤타나’의 리더다. 25년간의 음악 인생에서 느꼈던 소회를 술을 매개 삼아 책으로 풀어냈다. 정태호는 락 밴드의 드러머로 음악을 시작했다가 탱고의 매력을 느끼고 아코디언을 독학했던 독특한 이력이 있다. 그는 “아코디언은 특정 국가의 음악에 국한되지 않고 프랑스, 러시아, 이탈리아 등 다양한 지역의 음악을 할 수 있지만 여러 음악 중에서 탱고 곡들이 가장 끌렸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아픈 사람들에게 위안 주는 음악 처방

눈여겨 볼 부분은 책 제목이다. 정태호는 음악가나 연주자와 같은 용어 대신 ‘악사’로 자신을 칭했다. 요즘엔 잘 쓰지 않는 단어다. 그는 “악사는 대학 선배들이 많이 쓰던 단어여서 친근감이 드는 말”이라며 “의사, 약사가 처방을 하듯 악사도 사람들이 힘들거나 어려운 상황에 처했을 때 처방전을 내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악사의 처방전’은 19개의 각 장마다 증상별 음악 처방전을 제안한다. ‘가슴에 구멍 하나 뚫린 듯 공허함이 밀려올 때’면 ‘포켓 위스키 하나를 챙겨 최백호 콘서트에 오라’는 식이다. 처방전의 음악을 들을 수 있는 QR코드도 제공해 독자에게 현실적인 도움을 주려했다.

책을 이끄는 소재는 술이다. 정태호는 양조연구소에서 양조 기술을 배웠을 정도로 술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 그렇다고 술에 대한 예찬론을 책으로 설파하진 않는다. 그는 “술은 사람에게 위로와 안정을 주지만 한 나라를 망하게 할 정도로 그 위력이 세다”며 “어떻게 하면 술을 잘 즐길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나누고 싶었다”고 말했다. 책에 담은 10가지 ‘주계명’은 술에 대한 그의 견해를 잘 드러낸다. ‘배부르게 먹지 말라’, ‘마음이 힘들 때는 마시지 말라’, ‘어제 마셨다 하지 말라’. ‘정치·종교·개인사 금지’ 등 애주가로서 경계해야 할 부분들을 일목요연하게 담았다.



“‘술이란 이런 것이었지’하고 떠올리는 계기 되길”

한국인들이 가장 즐기는 술인 소주에 대해선 애증을 드러냈다. 일제 시대 주세법의 여파로 희석식 소주가 대세로 자리잡으면서 음미보다는 폭음쪽으로 음주 문화가 발전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정태호는 “문화는 향유하는 사람이 많아져야 발전한다”며 “소주를 포함해 다양한 술을 즐길 수 있는 기반이 다져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세월호와 같은 사회적인 비극을 마주해야 했던 음악인으로서의 경험도 글로 풀어냈다. “공연으로 누군가를 위로하는 게 뮤지션의 숙명”이라는 책 속 구절은 사람들의 아픔을 달래줬던 그의 연주 경험들이 더해져 독자에게 깊은 울림을 준다.

영화평론가인 오동진은 ‘악사의 처방전’에 대해 “술을 통해 반추된 (정태호) 자신의 음악 여정을 위한 처방약”이자 “대중들이 듣는 자신의 음악이 어떤 변증으로 자신과 모두를 각성시키고 성찰시키는가에 대한 글”이라고 평했다. 그는 “예술가인양 하는 사람들은 술을 취하려 마시지만 예술가에게 술이란 일종의 도구”라며 “음악을 하는 사람들에게 술은 일종의 영감이자 휴식이며 위로”라고 말했다. 이어 “음악인들이 자신의 인생에서 우선 순위를 고른다면 당연히 음악이 제일 먼저이고 그 다음이 술일 것”이라며 “그래서 술을 마시는 음악가는 외롭고, 정태호는 고독한 늑대를 닮았다”고 덧붙였다.



정태호는 “음악, 영화와 술을 좋아하는 분들에게 ‘술이란 이런 것이었지’하고 숙고할 계기를 줬으면 한다”고 말하며 인터뷰를 마쳤다. 그는 오는 14일 전남 담양군의 해동문화예술촌에서 녹음과 공연을 동시에 진행하는 행사인 ‘해동 스튜디오 라이브’를 진행한다.

이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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